비겁한 돼지 주제에 올림포스 신들을 구할 수 있을까?
주인공 그릴러스는 돼지다. 아니 원래는 인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로 트로이 전쟁을 위해 원정을 나갔다. 물론 용감한 용사로서 전투에 참가하지는 못했고, 용사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일이 주요 임무였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원정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키르케 섬을 방문하였다가 케르케의 마법에 걸려 원정대 모두가 돼지로 변했다. 오디세우스가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인생사 복잡하고 늘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인간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그릴러스는, 결국 돼지의 모습으로 담기로 결정한다.
1권
말하는 돼지, 그릴러스가 숲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던 중, 사냥꾼 무리에게 사로잡힌다. 돼지는 경매장에서 예언녀 시빌에게 비싼 값으로 팔린다. 하지만 그릴러스는 시빌을 따돌리고 한 소년의 도움으로 도망을 가지만 결국 소년을 따라 도망친 곳은 다름 아닌 허름한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저녁마다 돼지는 자신의 특기인 '말하기'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식당의 매상을 도왔다. 그러다 시빌이 식당에서 난동을 부려 그릴러스를 구출하고, 자신은 아폴론의 신탁에 따라 그릴러스를 우라노스 산으로 데리러 왔다고 말한다. 그릴러스는 시빌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심이 가지만, 시빌은 아폴론은 더 이상 신탁을 내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신들이 겁에 질려 있고, 신전들은 온통 폐허가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먹을 것만 밝히는 돼지 그릴러스가 그 따위 신들의 문제가 무슨 소용인가. 그릴러스는 시빌에 이끌려 우라노스 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염소지기 소년 범스크러프를 만났다. 셋이 함께 여정을 가는 도중, 키마이라의 무서운 추격을 받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덤스크러프 마을에 도착하여 신전에 들른 일행은, 그곳에서 공포에 잔뜩 질린 아폴론을 만난다. 아폴론은 뭔가에 쫓긴 듯이 소년을 델포이로, 옴파로스로 데려가라고 하고 말한 뒤, 사라진다. 시빌은 문득 죽음의 화신인 타나토스가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릴러스는 아폴론은 절대 죽지 않고, 신 모두가 불멸의 존재인데 죽음의 화신인 타나토스 따위가 무슨 상관인지 의아해 한다. 그러다 과학자 탈레스를 만난다. 탈레스는 무질서한 카오스를 벗어나 질서정연하고 완전한 코스모스로 나아가려면 신이 아닌 과학의 힘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원자의 힘을 이용하면 신들보다 더 강해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스팀팔레스의 새들의 공격을 받는다. 헤라클레스도 이 새 떼와 싸운 적이 있는 보통 새가 아니었다. 가까스로 새 떼의 공격을 피하여, 탈레스와 헤어진 뒤,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릴러스는 시빌과 범스그러프를 알게 된 뒤,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되새겨보았다. 키마이라의 추격, 탈레스를 만나 그가 만든 토스터기에 몸이 날아갈 뻔 했던 일, 살인마 같은 새 떼의 공격. 그릴러스는 갑자기 겁을 먹고 시빌과 범스크러프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자, 그 앞에 올빼미 한 마리가 나타나는데…….
2권
올빼미는 다름 아닌 아테네였다. 여신은 죽음의 화신인 타나토스가 모든 신들을 잡아갔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하지만 신들은 죽지 않는 존재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그릴러스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델포이로 가는 길에 스핑크스를 만나지만 범스크러프의 재치 덕분에 스핑크스를 물리친다. 델포이에 도착하자, 아레스 동상은 깨진 채 나뒹굴어 있고, 타나토스를 따르는 무리들이 시빌과 그릴러스를 잡아 동굴에 가두고, 염소지기 범스크러프가 제우스임을 알아본다. 제우스는 타나토스와 계약을 맺어 염소지기로 다시 태어났고, 신들의 왕으로서 모든 신에게 죽음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배가 고파 파이를 찾아 헤매던 그릴러스는 희뿌연 안개 지역을 지나 스틱스 강을 건너고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원정대에 함께 갔었던 죽은 동료를 만나지만, 그는 그릴러스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곳에서 타나토스를 만났다. 타나토스는 카오스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우스는 죽음의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가 죽으면 곧 세상은 혼돈의 세계인 카오스가 지배할 것이라고 타나토스가 일러주었다. 모든 신들은 그릴러스에게 제우스가 죽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릴러스는 제우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신전으로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20분 전에 죽었다. 바로 그때 종말이 시작되었고, 땅속 깊은 곳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고, 세계의 배꼽인 옴파로스 돌이 빛을 내기 내더니, 옴파로스에 수직으로 금이 생겼다. 그것은 제우스가 저승에 오자, 타나토스나 카오스가 탈레스가 만든 토스터기를 폭발시킨 것이었다. 겁에 질린 아폴론은 흐느끼며 본인은 이제 태양의 수레를 끌 수 없으니 그릴러스에게 수레를 몰아달라고 한다. 태양의 수레는 우주가 생겨난 카오스 바로 앞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릴러스를 태운 태양의 수레는 카오스를 향해 전진했다. 기절한 뒤 눈을 떠 보니 죽은 영혼을 위한 왕국인 엘리시온 필드에 와 있었다. 결국 그릴러스가 카오스를 물리쳤다. 신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신전 역시 빛이 나고 있었다. 신들의 영웅인 된 그릴러스는 신들에게 환영을 받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우스는 별자리를 만들어 준다. 올림포스 산에서 파티가 끝나자 아테나가 다시 인간 세계로 데려다 주었다. 그릴러스는 더 이상 돼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키르케의 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릴러스는 호머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야단법석한 모험 이야기를 글로 옮겨 놓기로 결정한다. 물론 글을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호머가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