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능력을 키웠더니만 자녀를 낳으라니. 게다가 동생까지 선물하라니! 임신과 출산, 양육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지 모르시나? 사실 우리들 머릿속, 가슴속에 품었던 그 창대한 꿈속에 단란한 가족을 꾸려가는 아내와 엄마의 모습은 없다. 아무도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 부모도, 앞집도 옆집도, 드라마도 영화도, 광고에서도 신사임당의 자태보다는 전문직 커리어우먼의 잘 나가는 모습이 도배되어 있었더랬다. --- p. 28

남자들은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어 길들이고 싶어하지만, 끼를 주체할 수 없는 그녀가 호락호락할 리가 없고, 결국 그녀를 부담스러워하다가 서로 지쳐 이별을 통보하고…. 예의 그 아름다움으로 남자들의 환심을 사는 그 자체가 아내감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의 섹시하고 예쁘고 속물적인 ‘패리스 힐튼’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남자들이 결혼을 앞두고는 갑자기 그녀에게 ‘신사임당’을 요구한다. 남자들은, 아니 세상은 여자들에게 왜 이렇게 못되게 굴고,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는 걸까. --- p. 77

앞서 ‘회춘사회’를 이야기했었는데 그 말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케 한 의학과 과학의 발달, 영양 상태의 발달, 깨끗한 생활환경, 차고 넘치는 건강 정보 등과 더불어 현대인들은 자기관리에 쏟아붓는 시간과 비용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건강과 외모 관리에 신경 쓰고 노력할 의지, 시간과 돈만 있으면 우리 모두 ‘회춘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고, 40대 여자 연예인들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 --- p. 94

나 자신의 삶과 세상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들여다보며 내게 있어서 만큼은 최선의 것을 선택하리라. 늘 내 선택에 책임지며 살아온 나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더 이상 아픔 따위는 허락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여자로서의 강인하고 위대하고 아름다운 길을 걸을 것이다. --- p. 140

그렇다. 우리에겐 ‘절실함’이 없었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연일 화제가 되고 욕을 얻어먹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다. ‘결혼’을 하겠다고 짝을 찾아 나온 사람들이 ‘절실함’,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 연애나 사랑에 대한 통념은 그토록 가벼우면서 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무겁다. 그러니 상대에게도 무겁게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사랑이 뭐길래!’, 왜 사랑과 결혼에 ‘절실함’과 ‘진정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인지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오늘도 ‘악플’을 달면서 프로그램을 시청 중인 그들은 과연 절실하고 진정성이 넘치는 사랑-결혼이 어떤 것인지 알고는 있을까? 그들은 그런 사랑-결혼을 한 사람들일까? 알 수 없다! --- p. 158

민폐의 궁극을 보여주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짜증이 나면서도 이내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것은 그것이 나의 어느 늙은 날의 풍경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 193

이제 사랑-결혼에서 멀리 떨어진 삶의 행복과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같은 광고 카피 대신에 ‘혼자라서 행복해요!’라고 말할 시간이다.

30대, 독신 여자는 악마를 연기한다!<br/><br/>SBS '짝' ‘노총각, 노처녀’ 편<br/>‘100번 연애녀’로 화끈하게 찍힌 그녀가 <br/>세상을 향해 던지는<br/>솔직 발칙한 싱글 메시지<br/><br/>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br/>‘능동적 독신, 자발적 싱글’을 위하여!<br/><br/>지난 8월 서울의 가구 형태를 조사한 결과 1인 가구 수가 4인 가구 수를 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1인 가구 수와 4인 가구 수는 0.4%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현재 ‘원자가족’ 시대, 즉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가장 최소단위만을 유지하고 있는 시대이다. 사회 ? 경제적 이유들로 실제 구성원은 해체되고 ‘가족’이란 단어만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제도를 벗어나 가족을 구성하지 않기로 결심한 ‘자발적 싱글’은 정신적, 신체적 결함이 있는 패배자일까,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한 신인류일까? <br/><br/>지난 9월 SBS 프로그램 '짝'에서 ‘노처녀 노총각 특집 편’에 등장하자마자 ‘100번 연애녀’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그다음 주에는 박사 출신 강사, 출판사 사장이라는 타이틀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었던 여자 1호 구모니카 씨. 하고 싶은 말도, 하면 안 되는 말도 다 하는 솔직한 그녀가 싱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세상을 향해 따귀를 날리며 말한다.<br/>“혼자인 게 뭐 어때서?”<br/><br/>싱글, 독신, 노처녀? <br/>문제는 거기 있는 게 아니야!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