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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벌말에서 나고 자랐다. 아름다운 마을 벌말 이야기를 시로 쓰는 게 꿈이다. 우선은 청소년시를 더 쓰고 싶다. 아직 써야 할 학교 밖 아이들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학교 밖 아이들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이 아이들 이야기를 시로 쓰는 게 최선일 것 같다. 그다음에 분명 더 할 일이 있을 것이다.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고,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제2회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집 『내일 익다 만 풋사과 하나』,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 『일어나』, 『사랑 예보 흐린 후 차차 맑음』, 『엄마를 돌려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등을 냈다.
자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려고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많은 이유보다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더 절실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내 기도를 들어주기에 하느님은 너무 바쁘신가 보았다 나는 자퇴서를 냈다 숙려 기간도 없이 엄마가 자퇴서에 사인하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 누구는 영화감독이 되려고 누구는 내신 때문에 누구는 밤낮없이 해야 하는 공부가 싫어서 자퇴를 했다고 한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에게 절실했던 꿈과 내신과 공부 스트레스 그리고 내게 절실했던 단 한 가지 이유! 우리는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학교를 나오며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햇살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하굣길이었다 ---「절실한 이유」 중에서 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나는 학교 밖 아이가 되었습니다 학교 밖 아이는 학생증이 없어서 뭐든 성인 요금을 내야 합니다 우리 집 형편에 성인 요금이라니 그기 말이 되나? 퍼뜩 가제이 엄마 손에 이끌려 주민센터에서 청소년증을 발급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관 공원 고속버스 터미널…… 어쩐지 청소년증을 내밀기가 싫어졌습니다 학생증을 내밀 땐 몰랐는데 청소년증을 내밀고부터 보는 눈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바보 같은 짓인 줄 알지만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아직 버리지 못한 학생증을 내밀곤 합니다 바라 바라 우린 특별한 청소년들 아이가? 영화관에 갔을 때 정우가 당당하게 청소년증으로 할인 티켓을 끊었습니다 예린이도 미란이도 채은이도 청소년증을 내밀었습니다 나도 학생증을 도로 넣고 청소년증을 꺼냈습니다 두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가라앉았습니다 --- 「청소년증」 중에서 검정고시를 치른 다음 날 노래방에 갔습니다 시험 기간은 아닌데 개교기념일이니? 머리가 벗어진 노래방 아저씨가 물어보셨습니다 아니요 저희들은 어제 검정고시 봤어요 시험을 잘 본 채은이가 밝게 웃었습니다 니들 공부하기 싫어 학교 때려치웠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가 아는 체를 했습니다 아니거든요 우리 다섯은 한목소리로 외치고 돌아섰습니다 쯧쯧쯧 등 뒤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너무 잘나서 그렇지 뭐 내가 너무 예뻐서 그렇지 뭐 다들 부러워서 그래요 우리는 아저씨 들으라고 노래방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래도 아저씨가 밉지는 않았습니다 보너스를 세 시간이나 더 주었으니까요 그 덕에 우리 오총사 목이 다 쉬었습니다
--- 「부러워서 그래요」 중에서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읽노라면 ‘학교 밖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이상한 위로와 마음의 평안 같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시집에 나오는 ‘학교 밖 아이들’은 웬일인지 단순히 제도권 학교에서 밀려난 청소년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를 상징하는 것도 같고 혹은 주류에서 밀려난 우리 현대인들, 혹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의 삶을 슬며시 되비쳐 보여 주는 것도 같다. 김제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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