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서영국 병장과 다른 16중대 선수가 빠르게 다가와 압박했다. 이대로라면 빼앗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였다. “패스!” 오른쪽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혁이 힐끔 바라봤다. 아웃라인을 따라 질주를 하는 이명재 병장의 모습이 보였다. 헐떡이는 숨으로 두 팔을 90도가 넘도록 크게 휘두르며 억지로 뛰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패스만 간다면? 강혁의 발이 막 움직이려던 순간이었다. “내놔, 이 새끼야!” 쉬익! 앞에 있던 서영국 병장 수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돌진했다. 반 박자 빠른 서영국 병장의 태클이 공 앞까지 단숨에 다가왔다. 아차 하기도 전에 빼앗길 상황. 그 순간, 강혁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올랐다. 서영국 병장의 발이 공에 닿으려는 찰나 강혁에 발이 움직였다. 스르륵! 발 안쪽을 이용해 미끄러지듯이 공을 옆으로 밀었다. 공이 옆으로 비켜서는 순간 서영국 병장의 발끝이 허공을 갈랐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에 강혁도 당황했다. “엇!” “뭐야?” 서영국 병장 또한 완벽한 태클이 무산되자 강혁을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생전 써보지 않았던 고급 축구 기술이다. 어떻게 된 일이든 상관없다. 지금 공이 자신의 발에 있다는 게 중요할 뿐이었다. 다른 16중대 수비수가 달려들기 전 강혁의 발이 더 빨랐다. 툭! 강혁이 발끝으로 밀어 낸 공은 빠르게 이명재 병장을 향했다. 공은 자로 잰 듯이 이명재 병장의 발에 닿았다. 정신없이 뛰던 이명재 병장이 강하게 공을 차올렸다. 우당탕! 균형이 무너져 꼴사납게 넘어진 이명재 병장이었지만 공만큼은 골에어리어 쪽으로 확실하게 올라왔다. 최선을 다해 준 그에게 보답하는 길은 딱 하나였다. 강혁은 포물선을 그리던 공이 서서히 떨어지자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강혁의 머리끝에 공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