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이에서 관람하는 맨유 팬들의 아우성이 강혁 귀를 자극했다. 스스로도 위축되어 있는데 날이 선 야유까지 받으니 더욱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박현성을 강혁에게 단 한마디의 비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보여줄 뿐이다. 강혁은 그게 더욱 가슴이 아팠다. 아픈 무릎으로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 미소는 온화했다. 만약 선배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생각하던 강혁이 순간 멈칫했다. 박현성이 언제 스스로 아프다고 한 적이 있었나? 무릎 통증이 심해 교체를 해달라고 한 적도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외려 강혁이 스스로 지레짐작하고 행동한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보란 듯이 뛰고 있는 박현성 모습을 억지로 뛰고 있을 거라 추측한 것도 강혁 본인이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했다. 스스로 만들어낸 덫에 빨려 들어간 꼴이다. ‘미친.’ 속으로 자신을 타박한 강혁이 양손으로 강하게 뺨을 때렸다. 짝! 화끈한 아픔에 좁아진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자리를 잃고 방황하던 정신도 제자리를 찾은 순간이다. 박현성은 아프지 않다. 최고의 컨디션이다. 그것만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강혁은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박현성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더 많이 뛰어다녀 오히려 진로를 방해한 일들이었다. 대신 공을 받아줘야 할 때와 피해줘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무작정 자신이 하겠다고 달려들었던 것까지 기억났다. 순간 강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야 어떻든 자기 잘났다고 뛰어다닌 꼴로 비췄을 게 분명했다. 진짜 더럽게 쪽팔렸다.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한단 말인가.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아직 벅찼다. 박현성이 부상일 거란 추측을 털어낸 강혁은 눈빛부터 달라졌다.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묵직함으로 채워 넣었다. 그 변화는 가만히 지켜보던 박현성만 느낀 게 아니었다. 맨유의 다른 선수들도 강혁이 뭔가 변화했다는 걸 인지했다. 날카로운 시선들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아직 따스한 시선은 아니다. 그건 이제부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달라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