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 걸어가는 사이 40대 중반의 직원이 앞길을 막아섰다.
턱!
다짜고짜 유진의 멱살부터 움켜쥔 그가 사정없이 으르렁거렸다.
“우리가 기다린 시간이 얼만지 알아? 그런데 고작 당신 한 명뿐이라고?”
“…….”
저녁식사를 하며 유진의 상황이 퍼져 나간 모양이었다.
이제 와 거짓말할 필요가 없기에 유진은 침묵했다.
유진의 침묵에 그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 갔다.
“야이 새끼야!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반군 놈들이 언제 쳐들어와서 총을 갈겨 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곧 해결될 겁니다.”
“금방 끝난다, 곧 나갈 수 있다, 관리자라는 네놈들은 그런 말밖에 모르나?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란 말이야! 여기서 다들 굶어 뒤질 생각이 아니면!”
그의 절규가 복도를 울리자 어느새 다른 직원들이 다가와 만류했다.
“이런다고 해결됩니까? 일부러 우리 때문에 여기 온 분한테요.”
“왔으면 우리를 여기서 탈출시켜 주든가! 아니면 반군 놈들하고 협상이라도 하든가!”
“지금 당장 뭘 어쩌라고요. 그만하세요.”
“그만은 쥐뿔! 야이, 개새끼야. 주둥이가 있으면 떠들어 보라고! 빌어먹을 회사. 에잇! 퉤!”
그가 침을 뱉는 순간 유진의 눈썹이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상황이 좋지 않아 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천영을 욕하는 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런 당신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유진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가웠다.
이런 상황에 냉정을 유지하는 모습에 주위에 있던 직원들이 움찔했다.
그러나 정작 흥분한 직원은 따지고 들기 바빴다.
“니들이 밀어 넣은 이 빌어먹을 곳에서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왜?”
“그럼 계속 죽을 날만 기다리십시오.”
“뭐 이 새끼야? 말이면 다야!”
흥분한 직원이 결국 제 화를 못 이기고 주먹을 날렸다.
날아오는 주먹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진이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짝!
“크윽!”
얼얼한 손등을 감싸 쥐며 신음을 토하는 그에게 유진이 한마디 했다.
“전 스스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당신을, 그리고 다른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서.”
“…….”
유진의 말에 직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유진은 그런 그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누구도 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