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조선이 나를 이리 도와주는 이유가 뭐냐? 이걸 통해 조선이 얻는 것은 뭐냐는 말이다.” “조선은 일왕보다는 쇼군이 이 일본을 다스리길 원합니다. 조선은 수백 년간 막부와 사신을 주고받으며, 우호를 다져 왔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냥 해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 말해 보거라.” “소총 기술을 전수해 주는 조건으로 은화 200만 냥, 영국등의 지지와 프랑스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100만 냥을 조선에 주십시오.” “!” 은화 총 300만 냥은 현재 막부 1년의 예산 50%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프랑스로부터 어떤 무기를 요청할 생각이냐?” “제가 드릴 소총 설계도로 아무리 빨리 소총을 생산해도 막부의 주력군을 전부 무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것은 프랑스의 소총으로 채울 생각입니다. 또한 개틀링포와 같은 신무기도 지원받을 생각입니다.” “음…….” “그러고도 전쟁에서 패하면 어찌되는 것이냐?” “그때는 그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겠습니다. 다만 교토어소와의 첫 전투는 저의 작전을 따라주셔야 하는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 포상으로 은화 100만 냥을 추가로 주십시오. 또한 저는 그 전투를 마치고 조선으로 귀국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귀국?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날 보필하는 것이 아니더냐?” “모든 싸움은 첫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입니다. 첫 전투에서 적들이 우리에게 크게 패한다면 그 이후의 전투는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오히려 제가 남아 있는 것이 쇼군께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 사람의 힘을 빌려 권력을 찾았다는 소문이 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때는 제가 조용히 일본을 떠나는 것이 쇼군께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쇼군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대정봉환의 권고는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결국 이자를 통해 무기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이 남은 것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한 후, 한민권에게 돈을 주고 조선으로 돌려보낸다면 그 공을 모두 쇼군 자신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커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반면 전쟁에서 패하더라도 이자에게 간자의 누명을 씌워 전쟁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승패 여부에 상관없이 막부에게는 훌륭한 무기가 남게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쇼군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이 자를 아무도 모르게 조선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쇼군에게는 이득이었다. “좋다. 모든 결정은 오늘 이 소총에 대한 성능을 실험한 후에 결정할 것이다.” 이날 쇼군은 자신의 부하와 함께 민국보총1식에 대한 성능을 실험한 후, 그 결과에 놀라고 매우 흡족해 했다. 그리고 늦은 밤, 다시 한민권과 마주했다. “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쇼군의 입에서 ‘그대’가 아닌 ‘조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한민권을 조선의 전권사신으로 대우하겠다는 뜻이다. “저는 조선 국왕의 전권사신입니다. 전권사신으로서 조선을 대신하여 조약을 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조선에 지불하셔야 할 것이 은화 총 400만 냥입니다. 쇼군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모든 금전 거래에는 내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담보를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담보? 좋다. 생각해 둔 것이라도 있는가?” “대마도, 어떠시겠습니까?” “대마도라…… 그리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