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둬! 크눌프, 그대가 리자베트에게 큰 슬픔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나쁜 것보다도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그대는 그녀에게 더욱 많이 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그대를 잠시도 원망한 일은 없었어. 어린애 같은 사람아, 아직도 그대는 그러한 모든 것의 의미를 모르고 있는가. 그대가 경솔한 방랑자가 된 것은 도처에서 어린애 같은 익살과 웃음을 가져다 주기 위하여서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가? 그래서 도처에서 사랑을 좀 받고 희롱을 좀 받고 감사를 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생각하니 참으로 그렇습니다.' 크눌프는 잠시 명상한 후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제가 아직 젊었던 옛날의 일입니다. 왜 저는 그 모든 것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 하고, 또한 옳은 사람이 못 되었을까요? 그 후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눈이 잠시 멎었다. 크눌프는 발을 멈추고 모자와 옷에 쌓인 눈을 털려고 하였다. 그러나 정신이 산란하고 피로하여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신은 지금 그에게 더욱 가까이 나타났다. 그의 밝은 눈은 더욱 크게 뜨이고 태양과 같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