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이 공장을 비롯해 내가 쌓아온 많은 것을 잃게 되겠지. 하지만 모든 걸 잃는 건 아니지. 난 너희들만 있으면 돼. 희망이 부질없다 해도, 인간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언제든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마저 멈춰선 안 돼."
현실이 어렵다고 모든 사람이 다 엄마처럼 다른 세계로 도피할 순 없다. 어쩌면 엄마의 선택도 절망스런 도피라고 볼 수는 없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그 당시 홀로 느끼고 있던 마음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내 앞에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아빠는 말했다.
불현듯 가족의 품을 떠나버린 엄마,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능력을 상실한 아빠. 안타까운 가장의 모습은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초상화이다. 중학생인 나는 순간 이동 중 자신의 방에 우연히 떨어진 마치라는 소녀와 함께 지낸다. 한편 백양나무 숲 너머, 언덕 위의 조 씨는 숲에 우연히 떨어진 '허리케인의 눈'으로 하루 아침에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마치의 삶에 휘말리고 마치와 함께 18세기 초의 카리브해, 대서양을 횡단해 현재의 JJ-109세계로 비밀무역을 떠나는 조 씨의 브리건틴 선단에 밀항하게 된다. JJ-109 세계의 알모타 제국으로 가는 도중에 선단은 유리눈알 선장에게 장악되고, 일행에게는 상상도 못할 낯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