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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번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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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번역자들

: 아를, 번역 그리고 번역자 이야기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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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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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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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9.4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0.3만자, 약 3.3만 단어, A4 약 65쪽?
ISBN13 97889609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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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눈을 감았다. 문장의 의미가 아니라 리듬과 울림이 머릿속에서 출렁거렸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렀고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그날 나는 여행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두 벌의 원피스 중 자락이 풍성하고 긴 것을 입고 편안한 플랫을 신고 있었다. 수도원 뜰 안에 줄지어 세워놓은 접이식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나는 잠시 모든 걸 잊었다. 그곳이 아를이라는 것도, 내가 떠나온 곳도, 내가 왜 그곳에 와 있는지도.
--- pp.102~103

프랑스어를 우리말로,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책 한 권에서 한두 번쯤 그런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품고 있는 침묵의 저변이 아주 넓은, 그 깊이가 아주 깊은 문장. 그럴 때면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그러고는 내버려둔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들여다본다. 그러다보면 온다, 그 순간이.
--- p.154

어떤 점에서 보면 취향이란 자신에게 있는 어떤 점을 다른 무엇에게서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58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현실과 평행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가 책을 읽는 동안 그 세계는 현실 세계만큼의 실재성을 갖고 그에게 육박한다. 그 세계 속의 인물들과 울고 웃는다.
--- p.170

문장이 좋으면 번역이 쉬워지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착어의 문장이 그 맛을 품게 하기 위해서 고심하는 고통이 따른다
--- p.173

중역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로 옮겨지지 못할 경우 출발어와 도착어 사이에는 다른 언어가 하나 더 놓인다. 이것을 한 사람의 역자가 아니라 두 사람의 역자가 원문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함께 구조주의 문학 이론을 수립한 제라르 주네트는 번역을 “겹쳐 쓴 양피지”에 비유한다. 양피지 위에 원래 쓰인 글자들을 긁어내고 그 위에 다시 글자를 쓰면, 아무리 잘 긁어냈다 해도 새 글 아래에는 여전히 이전 글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 p.194

문학 번역에는 혼자 책임져야만 하는 극히 개인적인 면이 있고, 그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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