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cademy of Art University를 졸업한 후 계원조형예술대학과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샌프란시스코 AAC Spring Show 그랑프리와 우경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그림 작업뿐 아니라 미니픽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양들의 낙원, 늑대벌판 한가운데 있다』등의 책을 펴냈다.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아들과 함께한 도보순례가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었던가를. 늙어 가는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효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한 도보순례는 세월이 갈수록 값지고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훌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떠나 보면 알게 된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와 아들에게 도보순례보다 더 행복한 여행은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 여는 글 가운데
원래 길이란 자연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며 한 굽이 두 굽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옛날의 길은 정겨웠다. 하지만 오늘날의 길은 자연의 곡선을 버리고 자연을 꿰뚫어 버리는 직선을 택했다. 느림을 버리고 빠름을 향해 치달리는 세상. 무지막지하게 달려가는 자동차들은 자연의 일부인 야생동물을 무참하게 쓰러뜨려 버린다. 이제 길은 더 이상 정겹지 않다. 길은 무자비하다. --- p.5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여정이 차량을 이용하여 이 목적지에서 저 목적지로 껑충껑충 건너뛰는 것이라면, 국토순례란 하염없이 걷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목적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국토순례란 이쪽에서 저쪽으로 길을 따라 걷는 것이면서, 길이 되어 버린 자기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행위이리라. 자기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노정에서 월출산을 만난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차량을 이용해서 월출산으로 직행했다면 두어 시간 남짓 월출산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맛보진 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