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은 소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오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소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깃털로 뒤덮인 손 맞은편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다. 그의 팔이 허공을 가로질러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입이 벌어지며 눈부시게 하얀 이빨이 보이더니 입에서 쥐가 툭 떨어졌다. 그는 퀭한 눈으로 소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올빼미다.” --- p.12
깜깜하던 스크린에 이내 카밀라 그린이 나타났다. 지하실에 있는 것 같았다.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며 커다란 바퀴가 보였다. 동물 우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쥐나 햄스터가 사는 우리. 그러나 모든 것이 인간에게 맞게 설계되고 크기가 확대되었다. 가브리엘이 본 장면 중에 가장 슬픈, 아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카밀라 그린은 쳇바퀴에 앉아있었다. --- p.211
미아가 맥북의 자판을 누르자 갑자기 스크린에 살아있는 17세 소녀가 나타났다. 카밀라 그린. 그녀는 이제 바퀴에서 내려와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손으로 사료 알갱이를 허겁지겁 주워 입에 넣으면서. 맙소사, 동물사료라니. --- p.219
앞쪽에 있는 앨범을 몇 권 꺼내 베이지색 소파에 앉아 앨범을 넘겼을 때 미아는 연민으로 가슴이 아팠다. 어떤 사진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와 다람쥐, 계단, 먹이통만 찍혀있었다. 모두 날짜와 그 아래 설명이 붙어있었다. 1994년 2월 21일, 작고 예쁜 앵무새. 1998년 5월 5일, 자작나무 이파리가 떨어지다. 미아는 더 빨리 앨범을 넘겼다. 자신이 찾아야 할 페이지가 나올 때까지. --- p.361
소년의 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소년에게는 언제나 엄마뿐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면 소년은 혼자 있었다. 이따금 엄마는 여러 날이 지나야 돌아왔지만 상관없었다. 소년에게는 엄마가 전부였다. 소년은 난로 앞에서 엄마의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빗질해주곤 했다. --- p.381
그들은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평화로운 히트라에서 미아를 데려왔고, 미아는 그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은가? 새로운 잔인함은 언제나 있었다. 미아 크뤼거는 생각하는 일로 먹고 살았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일부인 이런 어둠을 파헤쳐야 했다. --- p.427
“나처럼?” 소년은 매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너처럼. 너 예전에 엄마와 그 집에 갇혀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너희 엄마, 그 미친 여자와 둘이 살았다며? 너와 나는 서로 닮았어. 넌 얼간이처럼 머릿속은 사실 정신병자야. 나도 그렇거든. 약간 정상이 아니지. 올빼미…, 그가 새 깃털을 자기 몸에 붙였어.” --- p.464
미아 크뤼거는 앞으로 몇 주일 동안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 이 장면을 밤마다 머릿속에서 재생하게 되리라. 땀에 젖은 베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