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과자를 꺼내 문에다 세워놓고서 세게 노크를 하고 달아났다 그 애가 과자를 발견하겠지! 밖으로 나오다가 맨 먼저 하게 될 일은 과자를 보는 일이다. 그 아이가 과자를 발견하리라는 생각에 바보처럼 내 두 눈을 기쁨으로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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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양초만 하나 있으면 저녁 나절에 피날레를 쓰는 것이 불가능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시 머리가 맑아져 있었다. 여느때처럼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특별히 괴롭진 않았다. 오히려 몇 시간 전보다 배고픔이 덜 느껴졌다. 내일까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가정용품을 파는 가게에 가서 사정을 하고 내 상황을 설명하면 잠시 외상으로 양초를 하나 얻어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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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대낮이었다. 정오가 가까울 것 같았다. 구두를 신고서 담요를 다시 꾸러미로 싸고는 시내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역시 해가 없었다. 나는 개처럼 덜덜 떨었다. 두 다리는 죽어버린 기분이었고, 두 눈에서는 더 이상 빛을 견뎌낼 수 없는 듯이 눈물이 흘렀다.
세 시였다. 배고픔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기분은 다 빠져버렸고, 구토증이 일어났다. 내내 걸으면서 남몰래 이따금씩 토했다. 대중 식당으로 내려가서 메뉴를 읽었다. 그리고는 마치 훈제 라아드나 소금으로 간을 한 돼지 고기 따위가 내게는 먹을거리가 못되는 것처럼 봐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거시서 역전 광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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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굶주림에 병들고 수치심으로 화끈거려 물러나왔다. 안된다. 끝장을 내야해! 난 정말이지 너무도 오래 버티었다. 오랜세월동안 자신을 지탱해 왔어. 그 오랜 잔인한 시간들을 정직하게 살아왔어. 그런데 이제 갑자기 불쑥 거지상태로 굴러떨어졌구나. 오늘 단 하루 때문에 내 모든 인격은 타락을 했고 내 영혼은 파렴치함으로 흙탕물이 끼얹어졌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비천한 장사치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어. 그랬는데 그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었나? 입 속에 넣을 빵 한 조각도 얻지 못하고 전과 똑같은 상태가 아닌가? 내가 얻어낸 것이라고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 뿐이다. 그래, 그렇다. 이제 끝장을 내야해! 그런데 잠시후면 집 문이 닫힌다. 오늘 밤도 유치장에서 자고 싶지 않다면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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