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4월 25일, 일본 최북단의 섬 훗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났다, 1939년 아사히카와 시립여자 고등하교를 졸업하고 아사히카와 서소학교 교사를 7년간 역임하였다. 1946년 건강상의 이유로 교단을 떠남과 동시에 폐결핵으로 인한 척추카레라이스가 발병해 13년 동안의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1962년 <태양은 지지 않는다>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후 1964년 아사히 신문 창립 85주년 기념 1천만엔 현상소설 공모에 <빙점>이 당선되어 일본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그후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집>, <북극의 일기>, <성서에서 살펴본 인간의 죄>등을 출간하였다.
료이찌의 베갯머리에는 나오미에게 선물하려던 료이찌의 그림이 흰 천에 덮여 있었다. 나오미는 문득 그것을 보고 일어나서 흰 천을 벗겼다. 그것은 매우 침착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나오미는 료이찌가 자기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알고 싶었다. 지금은 그림을 통해서라도 료이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고오스께도 아이꼬도 교오꼬도 그리고 다께야마와 교회 임원들도 나오미의 손길에 비통한 시선을 모았다. 다만 노부꼬만이 엎드려서 료이찌를 붙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흰 천이 벗겨지고 그 그림이 캔버스 위에 바로 놓여졌을 때, 사람들 입에서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스도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십자가 밑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맞으며 그리스도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사나이의 얼굴, 그것은 틀림없는 료이찌의 얼굴이 아닌가? 울고 있는 듯한. 회한에 찬 그 료이찌의 눈이 똑바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것을 굽어보는 듯한 그리스도의 눈길은 얼마나 깊은 자비에 넘쳐 있는지! 그 넘치는 듯한 자비로운 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도 남을 만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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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인간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미워하도록 되어 있는 거야. 서로 배반하도록 되어 있어. 아무리 성실한 인간이라도 마음속으론느 몇 번이고 남을 배반하고 있는지도 몰라. 너도 사람 하나쯤은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지? 사랑한다는 것은 용서하는 거라고 아버지가 말한 적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