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술 작품 속에서 창조자는 남성으로 그려지며, 여성은 뮤즈 혹은 관조와 평가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럴 때 이상적인 여성상은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규정된 것이었다. 이 사실들이 이상하게 여겨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창조자이자 예술가인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 키프로스 초콜릿은 대안적인 여성상이나 남성상을 제시하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피그말리온 이야기 속 주체와 객체의 성별을 바꿨을 때 내가 느꼈던 낯설음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실들을 의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재해석된 서사를 담고 있는 새로운 느낌의 그림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는 순진하고 순결하다. 그녀는 그 이외에 다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영원한 애인이고 모델이고 뮤즈다. 그녀는 그림이 되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아니다. 그녀는 불행하다.
이제 그녀가 그린다. 그녀가 쓴다. 그녀가 짓는다, 만든다, 창조한다. 따뜻하고 활기찬 키프로스 초콜릿 가게에서 피그말리온의 딸 파포스가 빚어내는 전혀 새로운 신화. 당당하고 아름다운 파포스의 행복한 세계가 열린다. 로댕의 제자가 아닌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클림트의 모델이 아닌 디자이너 에밀리 플뢰게, 앤디 워홀의 애인이 아닌 모델 에디 세즈윅, 그리고 지금 열정과 재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과 함께 펼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