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 습지에서 놀기
어느 날 존은 아침 일찍 일어나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 있는 뒷문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가 들어오자 잠이 모두 달아났다.
“잘잤니, 존?” 어머니가 말했다. “오늘은 아주 일찍 일어났구나.”
“네, 엄마. 저절로 잠이 깼어요.” 그가 대답했다.
오늘도 그는 평소처럼 거위 떼를 몰고 들판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면 오후에는 연못가 습지에서 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침에 거위 떼를 데리고 들판에 갔다가 정오 까지 돌아올게요.” 존이 말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는 연못가 슾지에서 놀고 싶어요. 하지만 일찍 돌아올게요.”
그는 얼른 떠나고 싶어서 허겁지겁 아침을 먹었다. 그가 식탁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어머니가 빵과 꿀을 더 먹으라고 권했다.
“괜찮아요, 엄마.” 그가 대답했다. “어서 거위 떼를 데리고 가야해요.”
곧 존은 빅 잭과 함께 늠름하게 걸으며, 거위 떼를 몰고 들판을 향해서 출발했다.
아침은 느릿느릿 지나갔다. 존은 끊임없이 해를 쳐다보며 언제 해가 하늘 꼭대기에 다다르나 하며 기다렸다. 해가 하늘 꼭대기에 다다르면 정오가 되고, 그러면 다시 거위를 데리고 집에 가서 울타리에 넣어놓을 수 있다.
드디어 정오가 되자 그는 거위를 울타리에 넣어놓고, 어머니를 위해 집안일을 도왔다. 장작과 물동이를 부엌으로 날랐다.
스미스 부인은 점심으로 돼지고기 파이를 준비해놓았지만, 존은 앉아서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얼른 습지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파이를 가져가서 먹을게요.” 그가 말했다.
그는 음식을 헝겊 냅킨 에 싸서 주머니에 넣은 뒤, 습지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을 향해 걸어갔다. 개울에 다다르자 그는 밍크가 개울을 따라 걸어다니는 길목을 따라 걸었다. 길 양 옆에는 버드나무와 오리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다.
습지에 이르자 존은 버드나무가 촘촘히 모여있는 곳으로 왔다. 그곳에 우드콕 둥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푹신한 진흙에 발을 디뎠다가는 수렁 속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안전을 위해서 밧줄을 허리에 감고 밧줄의 다른 쪽 끝을 나무 둥치에 둘러맸다. 그렇게 하면 자칫 수렁으로 빠져버린다 해도, 밧줄을 잡아당겨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는 천천히 습지로 걸어 들어가며, 우드콕 둥지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혹시 둥지 속에 알이나 새끼 우드콕이 있을지 궁금했다.
둥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드콕은 죽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런 둥지는 습지에서 자라는 갈대나 다른 풀과 색깔이 거의 같아서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존은 조심조심 덤불 쪽을 향해서 갔다. 드디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날개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쳐다보니 우드콕이 마치 날개가 부러진 듯이 뒤뚱뒤뚱 걷고 있었다.
“너 어디 있었어?” 그가 물었다. “그런데 너 정말로 날개를 다친 거야, 아니면 그런 척하는 거야?”
그는 어떤 새들이나 동물들이 새끼를 보호하려고 일부러 다친 척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을 둥지에서 먼쪽으로 유인하려는 것이다.
존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가 버드나무 관목이 빽빽한 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나즈막한 둥지에 새끼새 두 마리가 들어있었다. 그는 새끼새를 건드리지 않았다. 잘못하면 부모새가 새끼들을 버리고 달아나기 때문이다.
존은 돼지고기 파이를 먹으려고 앉았다. 그가 헝겊 도시락을 풀자, 개미 열두 마리가 그의 점심을 먹으려고 덤벼들었다. 그는 개미들을 털어내고 먹기 시작했다.
그는 파이를 씹으며 습지에서 사는 동물들을 관찰했다. 그때 우드콕 부인이 아기새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둥지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다시 날아갔는데, 우드콕 씨에게 아기들이 무사하다고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존은 점심을 다 먹고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러나 곧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 수십 마리 새들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근처 버드나무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존은 나무막대기를 쥐고 그 나무를 향해 갔다. 죽은 나뭇가지 위에 커다란 뱀이 보였다. 그것은 나무 구멍에서 고개를 삐죽 내민채 입에 새끼새를 물고 있다가 순식간에 그것을 삼켜버렸다.
또 다시 그것은 나무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새끼새를 물고 나왔다. 가만히 보니 뱀의 몸 여섯 군데가 불거져 나와 있었다. 존은 그것이 벌써 새끼새 여섯 마리를 먹어치웠다는 걸 알았다.
그는 근처에 있는 우드콕 둥지의 새끼새 두 마리가 생각났다. 그것들이 무사할까? 얼른 그 둥지로 가보니 새끼새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그것들도 그 뱀에게 먹힌 것이다.
존은 화가 나서 큰 나무막대를 집었다. 그리고 막대기로 뱀을 여러 번 내리쳤다. 그리고나서 틀림없이 죽었는지 확인했다. “이제 넌 더 이상 새끼새를 못잡아 먹어!” 그가 소리쳤다.
늦은 오후가 되자 존은 집을 향해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가 발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앞쪽에 보이는 풀숲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그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왜 저 풀들이 흔들리는 거지?’ 그가 생각했다. ‘무서운 들짐승이 저 속에 숨이 있는 건 아닐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또 다른 나무막대기를 집고서 내리칠 태세를 갖춘 채, 조심조심 다가갔다.
그는 풀숲에서 별안간 멈추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놀라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곳에는 돼지 한 마리가 반쯤 진흙탕에 잠겨 버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돼지떼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나왔다가 이 진흙탕에 빠져버렸을 것이다. 그것은 이제 힘이 쭉 빠져서 더 이상 꿀꿀 소리도 낼 기운이 없었다.
‘어떡하지?’ 존이 생각했다. ‘저 돼지를 꺼내줘야 하나, 아니면 도움을 청하러 가야 하나? 만일 도움을 청하러 가면,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저 돼지가 죽을 텐데. 어떻게든 내가 구해줘야겠다.’
그는 돼지 두 앞다리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그 끝을 고리로 만들어 돼지를 끌어주기로 했다. 진흙탕에 나뭇가지들을 깔아서 돼지가 더 이상 깊이 빠지지 않게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버드나무 바로 앞에 서서 몸을 나무에 지탱한 채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돼지를 10센티미터 쯤 끌어당길 수 있었다. 밧줄을 다시 한 번 당기자 또 10센티미터 끌려왔다. 이제 돼지가 뒷다리로 몸을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단단한 땅으로 올라왔다.
돼지 앞다리의 밧줄을 풀어주니 돼지는 기진맥진하기는 했으나 천천히 윌로비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돼지는 같은 마을 멈비 씨네 돼지였는데, 집에 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것은 멈비 씨 집에 도착하자 마당으로 들어갔다.
“이 돼지가 어디갔는지 몰라 찾고 있었어.” 멈비 씨가 존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몰라 걱정했단다. 어디서 그걸 찾았니? 온 몸이 진흙 투성이로구나.”
“습지에 있었어요.” 존이 대답했다. 그리고 어떻게 그 돼지를 진흙탕에서 구해냈는지 이야기를 했다.
“고맙다, 존.” 멈비 씨가 말했다. “돼지를 찾아 다행이야.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지 않겠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어서 집에 가야 해요.” 존이 말했다. “가서 집안 일을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렇다면 방금 구운 빵을 가지고 가거라.” 멈비 부인이 말했다. “넌 참 착한 소년이야.”
그날 밤 존은 어머니를 도와 집안 일을 하면서도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돼지를 죽음에서 구해준 것이 참 행복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