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말고도 제가 기뻐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는 것을 잊으셨네요.” 에마가 말했다. “더군다나 정말로 중요한 건데요. 그 결혼을 주선한 사람이 바로 저라는 사실 말이에요. 제가 4년 전에 그 결혼을 주선했다는 걸 아시잖아요. 많은 분들이 웨스턴 씨는 절대 재혼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저는 결혼을 추진했고 제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죠. 그러니 저로선 어떤 경우에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답니다.” --- p.22
“아! 정말이지,” 에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가 청혼을 거절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군요. 언제나 청혼만 하면 상대가 누구건 수락할 거라고 생각한다니까요.” “무슨 소리야! 남자가 무슨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대체 이게 다 무슨 뜻이지? 해리엇 스미스가 로버트 마틴을 거절하다니? 정말 그렇다면 정신이 나간 거지. 당신이 착각한 거면 좋겠군.” “해리엇의 답장을 봤는걸요! 그보다 더 확실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답장을 봤다고! 뿐만 아니라 답장을 써주기도 했겠지. 에마, 당신이 저지른 짓이군. 당신이 그녀를 설득해 거절하게 만든 거야.” “그렇다고 해도, (물론 결코 인정할 수 없지만요) 내가 잘못한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마틴 씨는 매우 훌륭한 청년이지만 그가 해리엇과 동등하다고는 인정할 수 없어요. 그가 감히 해리엇에게 청혼을 했다는 사실이 도리어 놀랍군요. 당신 말대로라면 그는 실제로 다소 불안해한 것 같으니까요. 그런 불안감이 다 어디로 간 건지 유감이네요.” --- p.95~96
엘턴 씨는 참으로 행복한 사내가 되어 돌아왔다. 청혼을 거절당하고 굴욕감에 치를 떨며 떠났던 그였다. 딴에는 계속해서 열렬히 지지를 받은 것 같아 희망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나 결국 낙심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을 잃은 건 물론이요, 그에겐 얼토당토않은 여성의 남편감으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그는 씻을 수 없는 치욕 속에 떠났다가 다른 여성과 약혼해서 돌아왔다. 그녀는 물론 첫 번째 여성보다 더 우월한 사람이었으니,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언제나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더 우월해 보이는 법이다. 그는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돌아와 열심히 돌아다녔고, 우드하우스 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스미스 양은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