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아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19세기 미국소설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남과 북』, 배질 하팀과 이언 메이슨의 』담화와 번역가』(공역) 등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앤 엘리엇은 아주 어여쁜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녀의 한창때는 이미 지나가버렸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조차 그녀의 아버지는 (섬세한 이목구비와 연한 갈색 눈이 자신의 것과 완전히 딴판인) 딸에게서 칭찬할 만한 걸 별로 찾지 못했다. 시들고 야윈 지금에야 그녀의 용모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건 전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준남작 명부의 다른 페이지에서 앤의 이름을 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고 지금은 아예 접은 듯했다. 동일한 신분과의 결합은 엘리자베스가 책임져야 했다. 메리는 그저 점잖고 부유한 지방 유지의 가문과 연고를 맺어서 그쪽 집안의 위신을 높여 주었을 뿐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언젠가 어울리는 결혼을 하게 될 것이었다. --- p.15~16
당시 그는 용모가 준수한 청년으로 지성과 활기, 재치가 넘쳤다. 앤은 지극히 아름다운 처녀로, 사근사근하고 조신하며 미적 안목과 감수성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가진 매력의 반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웬트워스 씨는 아무 할 일이 없었고 앤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아도는 장점들이 만나는데 실패할 수가 있겠는가.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고 알게 되자마자 급히 그리고 깊이 사랑에 빠졌다. 둘 중 누가 상대에게서 더 완벽한 이상형을 보았는지 혹은 둘 중 누가 더 행복했는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고백과 청혼을 받은 그녀였을지 아니면 청혼 승낙을 받아낸 그였을지. --- p.41
“웬트워스 대령이 언니한테는 그다지 친절하지가 않아. 그래도 내겐 아주 살가웠어. 여기서 나간 뒤 헨리에타가 대령에게 언니가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너무 변해버려서 못 알아볼 뻔했다’고 했대.” 메리는 대체적으로 언니의 감정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기가 언니의 상처를 건드리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대!” 앤은 깊은 치욕을 아무 말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 치욕을 되갚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변한 게, 아니 더 나빠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자인했다.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계없는 일이었다. 불가능했다. 젊음과 꽃다움을 앗아간 그 세월 동안 그는 유독 더 정열적이고 남자다우며 자신만만해졌고, 그의 싱싱한 외모는 조금도 삭지 않았다. 그녀는 변치 않은 모습의 프레더릭 웬트워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