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2016년 4월 27일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은 서울도심권 50+센터와 공동으로 ‘50+, 당신의 집은 안녕하신가요?’라는 제목하에 주거문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날의 토론회는 은퇴와 노년기 진입을 앞둔 50+세대의 주거에 대한 생생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집과 주거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보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통이 단절된 아파트도 싫지만 낯선 귀농?귀촌도 생각이 없다. 도심권에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요양원에서 지내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어르신은 요양원을 벗어나고 싶어하셨는데,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지내셨다. 그것이 못내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노후를 평안히 보낼 수 있는 주거대안이 있으면 좋겠다.”
--- p.18~19
시니어공동체주거, 지금은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셰어하우스 같은 공유주택의 경제적 효용성에 중점을 두고 접근을 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길어진 노년의 삶에 대비하여 스스로 주거안정을 꾀하여야 하는 서민 중산층 중장년 가구들이 마음을 모으면, 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에서 주거비와 생활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관계일수록 계산은 분명해야 하고 사적인 이익추구가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개별 가구가 주거라는 중요한 경제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을 하였다. 그 결과 경제적 통합에 앞서 참가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를 찾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공동체’의 문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이미 ‘공동체’에 대한 느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공동체’란 “관념적으로 좋기는 한 것 같은데, 이룰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 p.30~31
공동체주거에서 중요한 점은 모두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모르는 타인과 시작하는 경우 이것은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정말 안 맞을 것 같으면 빠지기도 하고 하면서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규약을 만들기도 하게 된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들과 시작하는 경우는 이런 것에 앞서 구성원부터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친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동체형성 과정을 소홀히 하고 바로 주거를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견차이와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들은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으며, 상호 신뢰할 만한 중재자도 없다. 갈등이 반복되고 감정이 상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 p.77~78
공동체주택은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이웃과 마을과 관계 속에 살아가는 집이다. 따라서 공동체주택을 선택하기에 앞서 나는 공동체주거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충분히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동체주택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쉽지 않은 주거전환 과정을 ‘행복한 집짓기’로 즐길 수 있다.
공동체주택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에게 공동체주택 추진과정은 서로를 알아가고 공동체를 숙성시키는 즐거운 시간이다. 혼자라면 할 수 없지만 함께라서 가능한 다양한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경험들은 공동체를 더욱 탄탄하게 한다. 공동체는 숙성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함께한 사람들의 시간, 마음, 술잔, 스토리로 빚어가는 것이다.
--- p.136
‘판타스틱 패밀리’가 듣도 보도 못한 가족, 세상 어디에도 없던 가족이라면, 나는 공동체주거를 하는 사회적 가족을 ‘조금 앞서가는 가족’, 줄여서 정겹게 부른다면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험하고 각박한 세상에 누구를 믿냐며, 더욱 이웃과 담을 쌓고, 만인이 만인을 경계하며 사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에 더불어 함께 사는 꿈을 꾸는 사람들
돈이 최고이고 돈만 있으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될 거라고 끊임없이 떠드는 세상 속에서 비록 돈은 적게 벌더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한없이 소유하고 원 없이 소비해야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들 속에서 공유하고 비우고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쫌 앞서가는 가족’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많이 배운 사람들도 아니다. 바로 우리 주위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 p.19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