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분노의 만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야후』는 김현이라는 평범했던 고교생이 어떻게 분노의 감정에 휩싸인 테러리스트가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야후』1권에서 김현의 여자 친구인 이혜원은 김현의 아버지에게, 김현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저씨 입맛 때문에 그런 거 아닌지 모르겠네.······감정이 짜요. 대단하게 화내는 것 같지도 않죠. 기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냥 그래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현의 성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형적인 인물인 그의 아버지와 닮아 있다. 아들이 아무리 못된 짓을 하더라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아버지는 김현에게 언제나 불만의 대상이었다.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면, 차라리 마음속의 죄의식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설혹 매를 든다 하더라도, 아들이 잠든 사이 아들 방에 들어와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자상한 아버지를 김현은 미워했고, 사랑했다. 그러나 애증이 뒤섞인 이 관계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호전되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 pp.244~245
서두에서 밝혔듯, 신일숙이 어린 시절 동경했던 여신은 아테나였다. 아테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다른 여신(헤라,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등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물론 변덕스러운 건 닮았지만, 아테나의 성격은 여느 여신과는 다른 강인함을 내포하고 있다. 아테나는 그 탄생부터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아버지 제우스의 머리를 깨고, 갑옷과 투구, 방패로 무장한 채 아테나는 탄생한다. 그 머릿속에서 탄생한 덕에 그에게는 지혜의 여신이란 이름이 붙었다. 또 파괴와 전쟁의 신 아레스와는 달리, 아테나는 단지 방어의 개념으로서의 전쟁을 주관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여신이면서도, 여신인 것 같지 않은 담대함과 강인함이 아테나 여신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신일숙이 이 강인한 여신을 동경했다는 사실은 그가 바라던 여성상이 아테나처럼 남자에게 짓눌리지 않는 여성이었음을 시사한다. 신일숙은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제도에 저항해 한때 독신주의를 고집했을 만큼 여성이 당하는 차별을 못마땅해하는데, 그의 작품 속에 아테나 같은 당당한 여성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그 전형적인 여성이 등장하는데, 바로 큰 딸 레 마누아와 막내 딸 레 샤르휘나가 그들이다. 이들은 남성 지배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여성이다. 그들은 남성에게 짓눌리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을 조종하고, 그 위에 군림한다. 이는 신일숙이 의도한 바였는데, 신일숙은 여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