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2년 문학동인 ‘작법’을 결성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1984년 <소설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또 하나의 계곡』, 중편집 『어머니의 초상』, 장편소설 『북국의 신화』, 『공명의 선택』전3권), 『평설열국지』(전13권), 『초한지』(전5권), 『무운행장기』, 『자객열전』 등이 있으며, 편역서로 『재미있는 검객 이야기』 등이 있다. 글을 쓰는 한편으로 정통 검도를 꾸준히 수련했으며, 한국사회인검도연맹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검도회 상임이사, 한얼검도관 관장이기도 하다.
공명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그는 나름대로 사람을 감별하는 방법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융중 시절부터 대체로 일곱 가지 방법으로 상대의 사람됨을 파악하곤 했다.
첫째, 옳고 그름을 물어 그 사람의 뜻을 살핀다. 둘째, 말로써 몰아붙여 그 변하는 모습을 살펴본다. 셋째, 계책을 물어 상대의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파악한다. 넷째,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그 용감성을 살핀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하여 그 품성을 알아본다. 여섯째, 이익을 제시하여 그 청렴성을 파악한다. 일곱째, 어떤 일을 기약하여 그 신용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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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꾀를 내었다. 여인들이 입는 옷을 상자에 넣어 사마의 진영으로 보냈다. ―― 전쟁터에 나와 싸우지 않고 틀어박혀 있으니 아낙네와 다를 게 무엇인가? 갑옷을 벗고 차라리 이 옷이나 입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런 의미였다. 장수로서는 목이 달아나는 것보다 더한 치욕이요, 조롱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여느 장수 같았으면 분노해 노발대발했겠으나 그는 오히려 웃었다. “제갈량이 나를 아녀자로 보는구나. 잘 간직해두어라.” 그러고는 심부름 온 군사를 배불리 먹인 후 은근히 물었다. “공명께서는 몇 시에 일어나시며 몇 시에 잠자리에 드시는가?” “승상께서는 새벽에 일어나시어 밤늦게야 주무십니다.” 사자는 별 생각 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낮에는 일을 많이 하시는가?” “모든 일을 친히 처결하십니다.” “군법도 친히 결재하시는가?” “장형 20대 이상의 형벌은 친히 처결하십니다.” “식사는 잘 하시는가?” “한 끼에 반 공기 정도밖에 드시지 않습니다.” 사자의 대답을 들은 사마의는 문득 좌우에 앉아 있던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갈량이 하는 일은 많은데 먹기는 적게 먹으니, 어찌 오래 버티겠는가?” 심부름 간 병사가 돌아와 공명에게 이 같은 문답이 있었음을 자세히 고했다. 다 듣고 난 공명이 강 건너 사마의가 있는 쪽을 쳐다보며 길게 탄식했다. “사마의가 내 병을 알고 있구나. 그는 더욱 진문을 굳게 닫고 싸움에 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공연한 짓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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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원 일대에 하나의 소문이 나돌았다. ――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쳤다. 이 소문을 사마의도 들었다. 그는 부하 장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은 공명에게 쫓긴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나는 산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마의는 촉병이 머물고 있던 진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법도에 맞고 정연하여 한 치의 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마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제갈량이야말로 천하의 기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