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학교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하고 호서대학교 대학원에서 신약학을 전공했다. 현재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성서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대학신학대학원협의회 소속 목회자로, ‘작은 교회 세우기’라는 모토 아래 설립한 미문(美門)교회를 5년째 섬기고 있다. 인문학 여러 분야를 전방위로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보수적인 테제들을 통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 개념과는 차별화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2016),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2015), 『자본적 교회』(2013), 『요한복음 파라독스』(2011)가 있으며, 논문으로 「해체시대 이후의(Post Secular) 새교회」(2013), 「새시대, 새교회, 새목회 대상」(2011), 「성서신학 방법에 관한 논고」(2011) 등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에는 있고 저기에는 없는 게 아니라, 어디에나 있으면서도(Ubiquitas) 어디에도 없는 것같이(Nusquam) 여겨지는 것이다(롬 1:20). 이것이 로고스의 본성이기도 하다. 빛을 비춰야만 만들어 낼 수 있고 빛을 비춰야만 볼 수 있도록 구조화된 영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있는 게 아니라, 의미가 있는 영화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영화가 있을 따름이다. 의미가 없는 것만 한 악도 없는 것이다. 빛 자체는 선하고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창 1:3). --- p.6
영상은 문자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고착화된 상태로 생산된다. 문어일 때는 텍스트 자체에 살아 있는 소리나 이미지가 갇혀 있는 반면, 영상은 자신이 소리와 모양 안에 문어처럼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미지 곧 영상을 해석하기 위한 영상 텍스트로 변환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일단의 복수의 체계로 그 영상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를 ‘읽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영상은 보는 매체인가, 읽는 매체인가? 문자는 읽는 매체인가, 보는 매체인가? … 영상은 읽기에 가능한 텍스트로 변환시켜 주었을 때 비로소 궁극적 해석의 본질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푸는 방법은 복수의 체계 중 하나, 즉 텍스트처럼 ‘읽는’ 방법 외엔 없는 것이다. --- pp.24-25
종전의 슈퍼맨들이 힘을 잃고 낙심에 빠져 있을 때 대개 하늘의 (클립톤 행성의) 아버지가 환영으로 나타나 영감을 주었다면, 이 슈퍼맨의 경우는 땅의 아버지에게서 재기의 발판이 모색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트맨이 땅 속에서 솟아오른 정의를 기표했던 것과 함께, 하늘에서 온 슈퍼맨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 땅에서의 문제를 다름 아닌 땅에서 맺은 (아버지와의) 인연을 통해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다른 슈퍼맨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는 꽤나 신학적이다(신학의 궁극적인 논제는 대개 땅에서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클락이 슈퍼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 과정에서 상기한 이름 ‘마샤’가 주목을 끈다. 클락에게 마샤는 땅에서의 ‘어머니’ 이름이다. --- pp.231-232
방 안에 걸어둔 아버지의 얼굴보다 훨씬 나이가 든 덕수 아저씨는 마침내 ‘꽃분이네’를 팔기로 함으로써 그동안 짊어졌던 모든 짐과 이별을 고한다. 그때 방에 걸린 사진 속 아버지는 덕수를 향해 말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거야, 나 대신 가족들을 돌봐줘서 고맙다.” 이때 덕수는 “아부지! 약속 잘 지켰지예, 그래도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며 오열한다. 우리의 종말은 언제나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발견할 때쯤 깃들기 마련이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 것을 넘어 어느새 나는 아버지가 되어 있는 셈이다. … 결국 덕수 아저씨 안에 그분의 아버지가 내재해 있는 원리는, ‘아들로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내재된 아버지’로서 하나님의 속성과 유사점을 띤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모노게네스라는 생래적인 관계개념을 통해 이 땅의 존재자를 신적인 존재자와의 관계로 유비(類比)해 내는 것도 의미심장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 [국제시장]이 그와 같이 보다 쉽게 이어내고 있는 유비는 앞서 도출한 ‘아버지’와 ‘아들’ 간에 중첩된 이중 기호에 관한 진정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영진 교수의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반 영화를 이렇게 흥미롭게 종교적 관점에서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곡성]의 ‘프롤로그에 삽입된 누가복음의 마지막 장은 베드로같이 우직하지만 의심에 찬 종구의 성격을 보여 주는 장치’라는 설정이 그것이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주술 원리가 적용되기도 하고, 스크린에 등장한 카메라 기종에 얽힌 비밀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인문학적 지식 및 기호와 해석이 종횡무진 이어지는 글을 읽으며 어느새 우리는 재미와 함께 고급 지식을 습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박정자 (상명대학교 명예교수,『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저자)
지금은 ‘해석’의 시대다. 성경은 물론이고, 다양한 매체가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생산해 내는 갖가지 현상과 그 기호들은 우리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결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앙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 기호들과 해석 방법에 관한 이 책은 이 시대에 넘쳐나는 기호와 현상들 사이에서 현혹되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가까이 ‘숨어 계신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이다. 이대웅 ([크리스천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