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입을 여는 그에게 선수치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뭐가?” “뭘 생각했든, 무슨 말을 하려 했든 그거 아니라고요.” “그대가 스테나를―.” “네, 그거 아니라고요. 아니니까 말하지 마세요.” 질투한 거 아니니까 제발 좀 닥쳐라. 나도 모르게 말이 그렇게 나왔을 뿐, 진짜 아니니까.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잘생긴 얼굴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반짝반짝. 도톰한 입술이 움직인다. “정말 아니야?” “네.” 단호한 대답에 그가 입술 끝을 올렸다. “난 맞았으면 좋겠는데.” 이, 이이, 이 요물……! 대체 황태자가 어디서 애교를 배웠단 말인가. 이 남자, 원래는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냉혈한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변한 거야. 여행 가면서 슬슬 장난칠 때도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이건, 이건……! “그대가 질투했으면 좋겠어.”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한 음절, 한 음절 내뱉을 때마다 귓가에 입술이 부딪쳤다. 소름이 돋는다. 단단한 손가락이 내 턱을 옆으로 꾹 누른 탓에 고개가 돌아가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아닌 거, 맞아?” “……!” 정신을 차리니 그를 확 밀쳐 낸 후였다. 황망하게 날 보는 황태자의 얼굴에 찔끔했다. “지금 무슨, 아니 왜 사람 앞에 얼굴을……. 이게 아니라! 제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빽 소리를 지르고 몸을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돌렸다. 쿵쾅거리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걸음만큼이나 내 심장도 쿵쾅거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그냥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아니면……. 뭐, 황태자가 워낙 잘생겼어야지. 멀리 있어도 심부전이 올만 한 얼굴이긴 하다. 그게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자동반사적으로 심박이 올라갈 수밖에. ‘난 괜찮아.’ 절대 제2의 아이린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