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각지도 못한 외국인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 역시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외국인이라 눈이 큰데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일단 영어로 말을 해야 하나? 학습된 혓바닥이 본능적으로 ‘헬로하우아유암파인땡큐앤쥬’를 외치려 했다. 가까스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이겨 내는데, 외국인 아줌마가 비명 지르듯 외쳤다. “아가씨!” 그러더니 갑자기 풀썩 무릎을 꿇었다. 아, 진짜 놀랐다. 나는 인사도 잊고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올려다보는 얼굴에서 아까의 놀란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애잔함과 그리움 그리고 뭔지 모를 대견함이 주름진 얼굴에 어려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모르는 사람의 목숨을 구해 준 것치고는 너무 지나친 반응이었다. 살짝 불안해졌다. 이 격한 반응은 뭐지? [미저리]를 찍게 되는 건 아니겠지? 기회를 노린 감금! 비뚤어진 사랑! 하지만 난 유명한 소설가도 아니고 하물며 연예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다. 저 아줌마가 날 감금하며 스토킹할 일은 없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사이, 아줌마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깨어나셨군요! 전 아가씨께서 깨어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간 병치레 한 번 없으셨던걸요. 암요, 이렇게 건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줄 믿고 있었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