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낱말(단어)에는 일정한 '기본 형태'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기본 형태는 놓이는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로 실현(발음)되는데, 그것을 '변이 형태'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에게 실제로 들리고 발음되는 변이 형태는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지만, 그 기본 형태는 일정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심리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글 맞춤법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 이래 줄곧 기본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말글살이(언어, 문자 생활)의 통일성과 간편성을 확보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발음(변이 형태)대로 표기하는 것이 편리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값'이라는 낱말이 발음되는 여러 경우를 적어 보면, [갑시, 갑도, 감만, 떡깝시, 떡깝도, 떡깜만] 따위가 있습니다. 여기서 '값'을 뜻하는 부분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면 각각 값, 갑, 감, 깞, 깝, 깜 등이 됩니다. 한 낱말을 이와 같이 여러가지로 표기하는 것은 읽기(의미 파악)에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말글살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에 큰 장애가 됩니다.
그런 것들이 누적되고 확대되면 말글살이가 오히려 훨씬 더 어렵게 될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 맞춤법에서는, 한 낱말은 한 형태(기본 형태)로 표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과 관련하여, 학자들이 공연히 까다롭게 만들어 일반인들을 골탕 먹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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