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1912년 SF 『화성의 프린세스』를 써서 유명해졌고 1914년 『타잔』 시리즈를 발표하여 인기작가가 되었다. 같은 해에 지구 중심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펠루시다』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 『펠루시다』 시리즈는 총 일곱 권으로 되어 있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는 모험소설, 역사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대중소설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남아 있다. 백 년이 다 되어 가는 작품이지만 그 안의 놀라운 상상력은 지금 나온 작품에 손색이 없으며 그 세계관은 끝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1권 사원에는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노예들은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하들은 수면을 응시하며 여왕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풀의 한쪽 끝에서 여왕의 머리가 천천히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물 위로 다시 나오고 있었다. 여왕의 시선은 무력한 소녀를 죽음으로 끌고 갔을 때 그랬듯이 앞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나는 너무도 놀랍게도 소녀의 이마와 눈이 천천히 물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물 아래로 사라졌을 때와 똑같이 파충류의 눈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뭍으로 다가가더니 물이 무릎에 닿는 지점에서 멈춰 섰다. 소녀는 세 번 익사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물 밑에 있었지만, 물이 뚝뚝 흐르는 머리칼, 물로 반짝이는 몸 외에는 물속에 가라앉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줄 만한 이렇다 할 징후가 전혀 없었다. 여왕은 계속해서 소녀를 물속으로 끌고 갔다가 다시 나오는 일을 반복했다. 난 이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짓거리에 너무도 놀라 어린 소녀를 구하려 풀에 뛰어들려는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애써 참아야만 했다.
2권 멈추라고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지만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안전 속도를 훨씬 초과하는 빠르기로 페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얼마 동안은 앞에 가는 페리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노인을 부르거나 그의 소리를 들으려고 종종 멈추어 섰음에도 결국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뒤를 쫓던 곰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온통 죽음의 적막뿐이었다. 무덤의 침묵이었다. 앞에는 통과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난 혼자였다. 페리는 죽었다. 영원히 가 버렸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가까운 어딘가에 위험한 틈새가 있고, 그 깊은 얼음 바닥에 내 오랜 친구 애브너 페리가 죽어 누워 있다. 페리의 몸은 얼음 무덤 속에 수 세기 동안 보존될 것이다. 그러다가 아주 먼 미래에 느리게 움직이는 얼음강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아래로 흐르다가 따뜻한 해면에 이르면 냉혹한 비극의 소름 끼치는 증거물을 토해 낼 것이고,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로 남을 것이다.
지구의 중심에 있는 또 다른 세계 - 펠루시다 언제나 정오의 태양이 빛나는 그곳은 멸종된 공룡이 지배하는 원시와 야만의 공간! 시간이 없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모험담!
- 주요 등장인물
열아홉에 광산을 물려받은 청년 재벌 데이비드 이네스, 30미터 길이의 강철 원통을 만드는데 평생을 보낸 애브너 페리. 두 사람은 광맥을 탐사하는 쇠두더지에 올라타 지구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데이비드는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다이안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데…….
데이비드 이네스 ?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고교와 대학 시절에는 투수를 한 근육질의 사나이. 열아홉 살에 광산을 물려받고 스무살에 쇠두더지를 타고 불의의 사고로 지저세계 펠루시다에 도착한다. 익룡의 일종인 마하족이 인간들을 지배하고 있고 고생대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야만의 세계, 펠루시다. 데이비드는 생존과 사랑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
애브너 페리 ? 양 세계의 발명가 지구에서 살 때 발명가였던 애브너 페리는 지저세계와 지상세계를 오갈 수 있는 운반선 쇠두더지를 만들어냈다. 지저세계에서는 최초의 함대와 화약무기를 개발했으며 인류의 미래를 위한 온갖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다이안 ? 용감한 지저세계의 여걸 못생긴 쥬발로부터 달아나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고 하는 아모즈족의 공주님. 데이비드 일생의 숙적인 교활한 후자도 다이안에게 집착하고 있다. 펠루시다의 풍습을 모르는 데이비드는 다이안을 아내로 맞아야 할 때를 놓치고, 다이안은 후자와 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