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처음 쓰는 장기 휴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어울린 친구들과 몇 년을 벼르고 별러 가는 여행. 여자 넷이 태양계 최고의 유흥 행성 마야로 놀러 간다니 생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20대에 해 볼 수 있는 제일 근사한 일처럼 느껴졌다. 마야. 마음속에 숨겨 둔 달콤한 반짝거림. 야근에 치인 어느 새벽에, 모처럼 들려온 친구의 소식이 화성 여행일 때 아껴 뒀던 사탕을 빠는 것처럼 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마야에 갈 거야. 마야. 꿈의 행성. 모든 게 가능한 행성.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여행 곗돈이 아깝지 않았다. ---p.9
우주가 쏟아져 내리는 밤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대기권 밖의 세계를 지구로 끌어들였다. 먼 항성에서 몇만 광년을 날아온 빛과 태양빛을 반사하는 태양계 행성들의 빛이 시간을 극복하고 지구의 하늘에 똑같이 맺히고 있었다. 지구의 땅은 그 하늘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렇기에 모래바람에 별들이 가려지는 땅에서도 사람들은 우주를 꿈꾼다. 머큐리 우주공사 앞에선 모래를 날리며 밤바람이 불고 있었다. 습기 없이 차갑기만 한 바람이 우주사령부 건물을 쓰다듬었다. ---p.38
“그거 몰라요? 요즘 드림 컬렉터들은 사람을 납치해서 강제로 시뮬레이터에 넣고 꿈을 꾸게 한대요. 영양제 맞혀 가면서 꿈을 완전히 뽑아내고 폐인이 된 뒤에야 내다 버린다던데.” “폐인 된 사람 정신 못 차리면 장기 매매한다는 소리도 있잖아.” “요즘엔 다 인공장기 쓰는데 다른 사람 장기 가져다 뭐해요?” “구하기만 해 봐요. 할 게 없을까 봐? 마야 외곽에 미친 과학자들 꽉 찬 연구동이 몇 갠데.” “아무리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