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호일, 그의 몸속에는 단군의 피와 정기가 속속들이 흐른다. 그는 온몸을 다하여 주술사처럼 단군의 혼을 불러냈다. 어렴풋이 단군신화로만 인식하고 있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마치 보고 온 듯이 소설 『단군왕검』으로 재현해냈다. 이는 정호일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에게 ‘단군 연구의 1인자’라는 말을 아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단군조선과 고구려 등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소설『대륙의 아들』(국방일보 연재),『광개토호태왕』(일본에서도 출간됨),『꽃을 피우는 싹은 뿌리에 있다』, 시사평론집『겨레의 눈』(전4권) 등이 있다.
소설 ‘단군왕검’의 벅찬 감동 한동안 ‘고구려’ 콘텐츠로 들뜬 시기가 있었다. 고구려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종 소설의 창작이 이루어졌다. 주몽, 연개소문 등 TV 드라마가 가세했고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삼족오 축제’, 연극, 창극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이제 새로이 시도할 만한 콘텐츠 주제로 ‘단군’이 기대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설 단군왕검’은 의욕이 충만한 구상으로 민족의 염원을 형상화하였다고 하겠다. 거칠고 황당한 서양신화와는 달리 소설 ‘단군왕검’에는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정신이 현실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게다가 민족의 이상향 ‘마고(麻姑)의 세계’, 민족의 비경(秘經)이라고 일컫는 ‘천부경’, 신지문자의 창조 등에 대한 세세한 묘사에 이르러서는 소설과 역사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무기력한 단군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깨고 야심찬 소년 단군에서부터 강건한 고대 국가의 우두머리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단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점은 더욱 호평할 만하다. 14대 환웅 치우천황, 세계 최강의 신무기 청동기, 순임금에게 전수한 치수의 비결, 고인돌 제단 등으로 이야기가 숨 가쁘게 전개되다가 마지막 장면인 ‘어아가(於阿歌)의 합창에 이르러서는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함께 ‘대한민국! 차차 차 차차!!!!!’를 외친 것과 같은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이재원 (前 단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