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생은 그러나 중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 전쟁은 정생의 꿈을 앗아 가 버렸습니다. 전쟁으로 돈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습니다. 새끼 염소 한 마리도 살 수 없었습니다. 정생은 화가 났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너무도 미웠습니다. 왜 이런 전쟁을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 pp.45~47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가치가 없습니다. 산다는 건 눈물투성이입니다. 인간은 한순간도 죄 짓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 있겠습니까….” --- p.101
정생은 정성스럽게 종을 쳤습니다. 줄에 서리가 앉아 있어도, 눈이 붙어 있거나 살얼음이 있어도 맨손으로 줄을 잡아당겼습니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는가?’ --- p.129
스무 살 이후 정생은 몸이 한 번도 성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생은 글을 썼습니다. 원고지 한 장을 쓰고 몇 시간을 앓았습니다. 또 하루를 쓰면 며칠을 꼼짝하지 못했습니다. --- p.137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동화 속에서 흙덩이가 강아지똥에게 한 말은 정생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 p.138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야. 내가 두 그릇의 물을 차지하면 누군가 나 때문에 목이 말라 고통을 겪는다는 걸 깨달아야 해.” --- p.154
정생은 마을 바느질도 곧잘 했습니다. 자신은 검정 고무신에 작업복만 입었지만 이발소 아저씨 가운도 만들어 주고 먼 길 떠나는 어른들의 두루마기도 지어 줬습니다. (…) 또 마을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찾아가 문 앞에서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울음이 멎지 않으면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사연을 끝까지 들었습니다. --- p.180
정생은 인간이 다시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흙 속에 힘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동하는 인간이 존경받고, 푸른 대지 위에서 당당하게 주인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바로 농민이어야 했습니다. --- p.184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여기 가난이 깊고 따뜻한 삶의 노래가 된 사람이 있다. 병을 좋은 친구 삼아 심지가 두터워진 남자가 있다. 권정생 선생은 빛나는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 고독한 현자였다. - 이주향 (철학자, 수원대 교수)
잊고 있던 스승을 찾아뵌 것 같다. 가장 낮은 것들을 말이 아닌 몸으로 감싸 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상을 더럽히는 욕심을 경계한 엄정한 삶의 철학 앞에 못난 제자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융 분석심리학자)
권정생은 인간의 아름답고 진정한 사랑을 그려 낸 이 땅의 탁월한 작가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평생 아프고 서럽게 그리고 외롭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 자체가 강아지똥으로 된 별이었다. - 이현주 (목사, 동화작가)
온몸으로 동화를 쓴 권정생 선생의 실천적 삶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길을 묻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만을 강요받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 류대성(용인 흥덕고 국어 교사, 파워블로거, cognize.pe.kr)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혼으로 밀고 밀어서 내었을 예배당 종소리. 그 종소리만큼이나 맑고 깊은 선생의 글들은 온몸으로 세상과 만난 결과물일 것이다. 책을 읽고서 먹먹하기 그지없는 가슴속에 향기 나는 종소리 계속 울리고 있다. 김건숙 (파워블로거, enneaplus.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