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헤르만 헤세에 빠져 작가를 꿈꾸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니체를 만나 철학자가 꿈이 되어 철학을 전공했다. 먹고 살려고 제도권 안의 철학자가 아니라, 생활 속의 철학자로 꿈을 전향해, 대입 논술강사로 활동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상경해서 여러 신문·잡지 매체에서 취재기자를 하기도 했다. 또 단어의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배열에 관심이 많아 광고회사에서 기획자 겸 카피라이터로 잠시 근무했다. 밤새 제작한 광고 팸플릿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결과가 허무해서 단행본을 만드는 출판사가 최종목적지가 되었다. 집안 어느 구석에라도 머물러 있는 책의 존재감이 좋아 출판사에서 기획자 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가, 자신만의 색깔로 책을 만들고 싶은 꿈을 따라 ‘도서출판 꿈의열쇠’를 열어 작가 사냥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도 현실 속에서 꿈의 열쇠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글쓰기도 현재 이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과연 ‘이 다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루살이에게 내일이 없듯이 우리도 그럴 수 있다. 행복한 일과 중요한 일은 지금 이 순간 꼭 하는 것이 좋다. ~ ‘아끼면 똥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다음에 묵히고 써야겠다며 굳은 결심을 하고 있다면, 그 순간 느꼈던 감흥은 연기처럼 스믈스믈 빠져나가 버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놀랄만큼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항상 지켜보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거나, 안개꽃을 좋아하고,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금요일마다 마트를 가고, 하늘색 옷을 입고 오는 날에는 기분이 좋다거나 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마 그 사람에 대해 쓰라고 하면 막힘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기분 좋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안의 꾸짖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게 머야, 이걸 글이라고 쓰는 거야?” 다 쓰지도 않았는데 이런 비평에 그만 맥이 빠지고 만다. 절대로 이 혹평에 귀를 기울이지 말자. 마치 호메로스가 지은 '오디세이아'에 나온 세이렌의 목소리처럼 글을 쓸 때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난파선이 되고 만다.
이제까지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작가로 시작하는 이 순간부터 바꿔보라. 책을 한권 쓰는 일은 대단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일이다. 그 대견한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글을 쓰기를 권한다. 술 권한는 사회가 아닌, 글 권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책을 권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