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한 번도 시인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출판인 정종연이 곧 시집을 낼 거라면서 그 초고를 보여주었다. 내가 시인답다고 느끼는 건 막연한 거긴 하지만 순수, 자유분방, 파격, 비타협, 불규칙 이런 거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의 사생활은 전혀 모르지만 직업인으로서는 틀에 박힌 답답한 모범생으로밖에 안보여 내가 갖고 있는 시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시 역시 내 안목으로는 잘 된 시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그가 평범하고 착실한 월급쟁이로 이 풍진세상을 헤쳐 나가면서 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그 여린 마음이 기댈 곳이 있어야 했으리라. 그게 시의 힘이었다면 그의 시를 어찌 아름답다고 안 할 수 있겠는가.
박완서(소설가)
정종연의 시에는 화려한 수사나 현란한 말부림이 없다. 그의 시엔 그가 하루하루 그려내는 삶의 무늬가 어지러운 채색 없이 본판 그대로 드러나 있고, 꾸밈없는 동심의 맨눈으로 들여다 본 세상이 들어 있다. 굳이 이런저런 치장이 필요치 않은 시인의 삶. 그가 밥벌이의 곡진한 일상 속에서 채색 없는 시를 붙들고 있는 건 그만큼 그의 삶이 정직하기 때문이리라.
박상률(시인,아동문학가)
비유가 단지 기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그는 오갈 데 없는 함평 촌놈이다. 이미 유년기에 결정되었다고 할 만큼, 그의 영혼을 지배하는 원형 심상은 온통 농촌공동체의 꿈과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은 낡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약삭빠른 세상에 이런 시인이 있는 것도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다보니, 용봉골에서 선후배로 만난 이후 그가 보여준 한결같은 성실함과 항심恒心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가 본격적인 시인으로 펼쳐나갈 행보를 기대해도 좋다는 확신이 슬몃 든다.
임동확(시인,한신대 국문과 겸임교수)
정종연 시인은 이 시집에서 요즘과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만나보기 힘들 정도로 맑고 소박한 마음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맑고 소박하다는 것, 그렇게 꾸밈이 없으면서도 삶에 대한 사랑의 뜨거움은 그의 시집 면면이 선사하는 첫 인상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그 맑고 소박한 양상의 특성일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