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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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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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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02쪽 | 282g | 145*210*13mm
ISBN13 9788932027258
ISBN10 893202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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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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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한테 들었는데, 네가 이따금 어딜 가서 늦게 온다고……”
“아, 거긴 아지트야.”
“아지트?”
“영혼 박물관이라고.”
〔……〕
“거긴 그저 모여서 놀고 즐기는 데야. 물론 책도 읽고 토론도 해. 콘서트나 공연, 전시회도 열고. 그야말로 이것저것 해보는 실험실이지. 가끔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빵이나 천연비누, 허브 초 같은 것도 만들어. 그걸로 물물교환 장터도 열고. 단 이윤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확산시킬 활동들. 물론 실험이 쉽지만은 않아. 뭔가 시작했다가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려. 점검의 시간을 가진다고 해야 하나? 어설퍼도 더뎌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재료를 가져와 자유롭게 해먹고. 오픈 키친이랄까? 중요한 건 우리끼리 한다는 거야.”
“그런 걸 다 아이들이 한다고?”
“그렇다니까. 너도 가볼래?”
“나 같은 애도 갈 수 있는 데야?”
“불안한 청춘이면 누구든 환영이야.” --- p.19~20 「영혼 박물관」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 후 상범이 패거리가 대놓고 나를 무시했다. 어이, 번데기! 하고 부르는 건 예사고 비엔나, 코딱지가 어쩌고 하면서 비웃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침을 뱉거나 발을 걸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쉬는 시간이 되면 빵과 햄버거, 음료수 따위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처음 몇 번은 못 들은 척하며 버텼지만 아이들은 집요했다. 어쭈? 이 새끼, 이거 번데기 주제에 간땡이까지 배 밖으로 출타하셨다? 들어주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그 애들과 눈이 마주치면 도리가 없었다. 여자애들은 그걸 쉽게 포착했다. 여자 어른들이 큰 집과 고급 승용차를 가진 남자들을 간택하듯이 여자애들은 힘 있는 남자애들 주변을 알짱거렸다. 아니, 고래를 잡지 않은 애들을 껌 딱지 보듯 했다. 부당한 일이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p.46~47 「성,스러운 그녀」

한참을 달리다 낮은 담장 앞에서 멈췄어. 누군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뒷모습이 낯익었어. 그 순간 가슴이 뛰었어. 이미 짐작했으면서도 말이야. 편의점에 올 때마다 옷에 묻어 있던 페인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할아버지가 먼저 웃어주었어. 순간 그전까지의 울분이 눈 녹듯 녹는 거야. 이게 누군지 알간? 오마니. 우리 오마니야. 할아버지도 북한에서 왔다는 걸 그때 알았어. 엄마 등에 업힌 채 잠든 아기가 할아버지라니. 할아버지도 아기였던 적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 당연한 건데 말이야. 할아버지가 나에게 붓을 건네주었어. 한번 그려보라고 할아버지의 눈이 말했지.
그렇게 그림이, 벽화가 나에게 온 거야. --- p.77~78 「직녀의 골목」,

“너, 내 이름의 뜻이 뭔지 아냐?”
“……”
“바람!”
하필 바람이람. 안 그래도 귓속에서 웅웅대는 바람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너, 바람 안 좋아하지? 무서워하거나.”
어라, 귀신이 따로 없네.
“걱정 마. 곧 좋아질 거니까.”
보자보자 하니까 자식이 아예 나를 갖고 놀라고 하네.
“우리 눈에는 바람이 제멋대로 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기다리는 게 바람의 속성이야. 높은 산맥을 오르려면 숨을 돌려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숨을 고르면서 산을 올라야 하지. 그 과정에서 삶이 무수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터득하게 되는 거야.” --- p.129~130 「하와」

텅 빈 땅에 머지않아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곳은 신기루일 뿐이었다. 그 동네처럼 우리 동네도 곧 헐릴 거라고 했다. 이사를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엄마와 아빠가 한숨을 쉬었다. 이주비가 나오지만 지금보다 훨씬 작은 집으로 가야 한다고. 작은 집으로 가면 내가 또자를 안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가면서 개를 버리는 집이 많았다. 개들은 안락사를 당한다고 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개들은 집과 함께 압착기에 납작하게 눌려 형체도 없어진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또자를 버리고 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삿짐을 싸면서 아빠가 말했다. 또자는 여기 두고 가는 수밖에 없어. 안 돼요. 또자를 죽게 할 수는 없어요. 지금은 또자가 문제가 아냐. 여기 두고 간다고 꼭 또자가 죽으란 법도 없고. 죽고 사는 건 다 자기 팔자야. 나중에 더 좋은 놈을 사주마. 안 돼요. 안 된대도.
--- p.177~178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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