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한 나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수많은 겨울들
나를 감싸 안던 너의 손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엔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조동희가 쓰고 장필순이 노래해다. 성시경도 노래하다.
2014년 어느 가을 날, 아이유도 노래하다.
--- p.20~21
효리는 참 예쁜 아이였다. 특유의 활짝 웃는 모습도 예쁘고, 다정다감한 행동도 예쁘고. 낯가림이 심한 우리 주변 사람들은 금세 이 아이의 밝은 에너지에 매료되었다. 이 날의 인연이 이어져 효리의 5집 앨범에 [누군가]라는 가사를 썼다. 어느 날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때 효리는 상순이를 너무 좋아한다며 배시시 웃었다. “언니, 제가 먼저 오빠한테 만나자고 했어요. 상순 오빠가 그렇게 좋더라구요.”
--- p.68
‘우리 모든 슬픔은 길어봐야 2주뿐이래.’ 심리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슬픔은 그것보다 더 짧다. 3일째가 가장 괴롭고 점점 옅어지다가 한 달이 지나면 가끔 떠오르는 정도라고. 그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그녀가 웃는다. “진짜요? 진짜 2주면 돼요? 지금 이렇게 미치겠는데?” 사실 2주가 될지, 2달이 될지, 2년이 될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거다. 이건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주면 흐려질 거야’ 하고 슬픔의 끝을 스스로 주입하는 거.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 p.119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고 아침 길을 가로질러 공원에 갔다. 노인 일색일 줄 알았던 그곳엔 나름 몇몇의 영워커(Young Walker)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낯선 그녀에게 그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도,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단지 어떤 감나무처럼 마르고 키 큰 남자만이 아까부터 옆에서 같이 걷고 있었다. “같이 걸을래요?” 걸으며 이름을 말하고, 나이를 말하고, 하는 일을 말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 p.167
꿈속에서 기린이 말했네
높은 곳엔 사실 별것도 없다고
지나가던 치타가 말했네
빨리 달릴수록 놓치는 게 많다고
지금의 니가 딱 좋아
부족함 없이 만들어진 사람
니가 가져야 할 것은
높고 빠른 모습이 아냐
우린 모두 다를 뿐
틀린 게 아니지
너의 모습 그대로
니가 가진 것을 사랑해
--- p.172
나도 모르게 책을 부둥켜안았다. 내 목소리를 타고 너울거리던 동명의 노래를 처음 녹음했던 당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0대 아가씨의 외로움이 얼마나 짙었기에 이런 가사를 써내려갔던 것일까. 단어 하나하나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동희의 글 솜씨를 믿는다. 이제 이 제목을 그녀에게 양보해야겠다. 그녀의 감성을 담아 새롭게 태어났으니….
- 장필순, 가수
내 친구 나래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 첫 책이라 첫 페이지부터 꼼꼼하게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된 어느 순간, 사랑에 대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발그레해졌다. 사랑은 설레는 것이자, 아픈 것이며, 성속해나가는 것이라고 동희 언니는 말한다. 문득 언니에게는 벌꿀라테를, 나래에게는 시럽이 살짝 가미된 아메리카노를 건네고 싶다. 아, 얼른 한 번 더 읽고 싶어졌다.
- 송해나, 패션모델
사랑이 다가오려 할 때마다 두려웠다. 이런 게 사랑일까. 이 사랑은 또 어떤 상처로 남을까. 이렇게 버거운 그리움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살아가면 갈수록 막막하기도 했다. 원래 이렇게 외롭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이 책과 마주하며 몇 번, 그 손을 잡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 염진영, [KBS 황정민의 FM대행진] 작가
쏟아져 내리는 사랑이라는 비가 그치고 그녀의 푸른 언덕 위에 ‘짠’ 하고 펼쳐지는 무지개. 뒤돌아 손을 흔든다. 노을빛 열정, 노란 눈물, 초록의 꿈과 파랗고 깊은 슬픔, 보라색 그리움, 오롯이 그녀만의 무지개 너머로 뜨는 달. 그 달이 이 공간 안에 활자와 그림으로 부유한다.
이규호 (싱어송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