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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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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365g | 152*200*14mm
ISBN13 9791187197089
ISBN10 118719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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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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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알려고 애쓰는 자는 늙지 않는다. 그들에게 노화란 육체적 변화를 의미할 뿐이다. 노화방지를 위해 보톡스에 투자하고, 영양크림을 발라주고, 비싸고 화려한 옷을 고르고, 억지 미소를 지어봐야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껍데기 교양가꾸기에 시간을 허송세월했기 때문이다. 감춰봐야 소용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피부는 소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질 것이고, 그들의 머릿속은 광우병에 걸린 황소의 뇌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산재할 것이다. --- p.8

『음악을 읽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음악가와 음악이야기를 읽다 보면 듣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선 읽기 후 음악감상’을 병행하면 된다. 이렇게 읽고 듣기를 반복하다 보면 체질에 맞는 음악을 발견할 것이다. 아는 만큼 들리는 게 음악이다. 시간 날 적마다 듣고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지어다. --- p.8

신해철은 서둘러 스타가 되는 급행열차에 탑승하지 않았다. 개갤 만큼 개개면서 천천히 자신의 삶을 조율했다. 이기적 유전자가 아닌, 자생적 유전자를 배양할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한 것이다. 세상은, 연예계는 신해철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 p.19

놀랍게도 강헌은 베토벤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꼽는다. 베토벤을 음악 역사상 최초의 로커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가설이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았던 베토벤을 강헌은 오선지 위에서 공화주의자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던 현실주의자라 명명한다. 평범한 외모와 독신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베토벤을 시민계급의 등장에 힘입어 승리한 계급투쟁의 산증인이라고 부언한다. --- p.30

신대철은 문화적 노예근성을 버리고 살자고 주장한다. 그에게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논리 또한 허튼소리에 가깝다. 어떤 진영이든 간에 잘못한 것이 있다면 호된 지적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에게는 인생도 음악도 일종의 선택 과정이다. --- p.35

도대체 한국에는 어떤 전통음악이 있느냐는 외국인들에게 자신 있게 내밀 만한 음악이 있다는 것. 그들로부터 놀랍다는 인사성 발언이 아닌, 아름답고 멋지다는 감탄사가 나올 만한 음악이 바로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다. --- p.46

이제 음악 또한 산업의 일부분이 되었다. 음악산업의 적자로 탄생한 인디뮤직의 부침은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그나마 인디음악가의 필수코스였던 음반제작은 사형선고를 받은 지 오래다. --- p.64

한국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에 웬 일본인이? 양평이 형으로 알려진 하세가와 요헤이가 그 주인공이다. ‘외국인인 주제에 한국음악에 대해서 뭘 안다고.’라고 하면서 얕보지들 마시라. 하세가와 요헤이는 20년 넘게 서울을, 홍대를 화장실 드나들 듯이 오가는 가요음반 컬렉터이자 뮤지션이니까. --- p.65

록음악을 좋아한다는 사람치고 비틀스를 멀리하는 이가 있을까. 비틀스. 3분 예술의 극치이며 록음악의 모든 것을 보여 준 천재밴드. 이런 수식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비-틀-스라는 세 글자에서 풍기는 어감만으로도 사람들은 비틀스에 환호한다. 그만큼 국내에 비틀스와 관련된 책은 여느 음악가보다 많이 출간된 상태다. --- p.75

밥 딜런의 음악인생 40년을 지탱할 만한 예술적 원천은 그가 사랑했던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있었다. 그는 미술,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관심이 충만했던 지적인 음악가였다. --- p.91

아쉽지만 록음악의 추락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을 포함한 한국에서도 록음악의 전성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소수 음악광들의 전유물로 근근이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 p.114

과연 마일스 데이비스를 빼놓고 재즈를 말할 수 있을까. 기라성 같은 재즈연주자들이 역사에서 등장했다 사라져갔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마일스 데이비스다. 하드밥, 쿨, 모드, 퓨전재즈라는 반세기 동안 재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창조해낸 인물. 그가 리더로 활동했던 밴드를 거쳐 간 연주자들 또한 만만치 않다. 존 콜트레인, 빌 에반스, 존 스코필드, 마이크 스턴, 윌튼 켈리, 폴 챔버스, 행크 모빌리, 허비 행콕, 조지 콜맨, 론 카터, 레드 갤런드 등의 대가들이 마일스 사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 p.121

자신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늘 보편적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한 음악, 전문가보다는 일반인의 감각에 다가설 수 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인물이 빌 에반스다. 자신의 재능 없음을 인정할 줄 알며, 그 재능 없음을 장점으로 흡수하고자 했던 인물.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정중동은 또 다른 재즈의 역사를 창조했던 천재의 자아이자 우주였다. --- p.135

김문경의 클래식 강의는 명쾌하면서도 친절하다. 그는 특유의 미성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중학생 시절 졸면서 배웠던 음악시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 마치 딴 나라에 사는 왕자님이 클래식이라는 황금마차를 타고 재림한 듯한 분위기마저 든다. 그렇게 김문경은 클래식 전도사로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 p.167

아무리 클래식에 문외한일지라도 카라얀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도심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동네 이발소에도 카라얀의 흑백사진이 떡 하니 걸려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이발소에서는 클래식음악 대신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가 흘러나왔다.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지휘봉을 잡은 카라얀의 사진은 교양부족증에 시달리는 소시민들의 애장품이었다. --- p.182

히틀러는 독일을 위대하고 유복한 나라로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어떻게 원하는 바를 이루느냐에 있었다. 그는 붓 대신 총과 칼을 선택했다. 행군하는 독일군인들이 노래를 부르면, 청중은 이 거대한 집단의 노래에 조건 없이 동화되었다. 청중은 음악을 듣는 순간 군인들을 동정하는 세력으로 변신했다. 히틀러는 국민의 영혼에 음악을 통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음악은 정치의 시녀인가. 답변은 무한권력을 꿈꾸는 지배자에 대한 영원한 숙제로 남겨놓자. --- p.202

그는 스트라빈스키를 포함한 대다수 음악가의 소극적인 태도, 즉 후기산업사회의 산물인 인간소외 현상을 묵시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해석한다. 파괴적인 현대문명에 대한 순응적 음악가로서의 스트라빈스키와 음악적 진보의 상징으로 인정한 쇤베르크. 아도르노가 바라본 음악철학이란 극소수의 음악가만의 공론장이다. 그가 쌓아올린 음악철학의 장벽을 무너뜨릴 새로운 이론이 절실한 시대다. 막시스트의 예술여행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적어도 대량복제 시대의 산물로 전락해버린 대중음악이 아도르노가 원하는 정답은 아닐 듯싶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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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부터 홍대에는 음악이 살았다

올해 2월 말 음반점 메타복스(METAVOX)를 이전했다. 홍대 근방에서 매장을 운영하면서 정확히 세 번 이삿짐을 쌌다. 술집과 카페가 득실거리는 홍대 번화가에서 음악사업을 한다는 것. 이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드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동안 메타복스에는 수천 명의 음반수집가가 들락거렸다. 이전한 매장은 상수역에서 홍익대학교로 이어지는 사잇길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는 낮에는 한산하지만, 주말 저녁에는 불야성을 이루는 번화가다. 나는 이곳에서 좋아하는 음반을 감상하고, 수입하고, 설명하고, 판매한다. 한 장의 LP에는 수많은 인연과 사건들이 음악과 함께 숨 쉬고 있다. 따라서 나는 소리를 매개로 지인들과 소통하는 사업을 하는 셈이다.
어느 느지막한 저녁 시간에 오래된 손님이 방문했다. 1998년 홍대입구역 인근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을 때부터 드나들었던 남자였다. 그는 고즈넉한 미소를 건네면서 계산대에 세 장의 CD를 올려놓았다. 음반은 [Beatle Jazz]라는, 비틀스(Beatles)의 원곡을 재즈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연작 CD였다. 생각해보니 그와 음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적이 별로 없었다. 조용히 음반을 고르고,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마무리하는 게 인연의 전부였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알고 지내던 손님이 파란색 바탕의 책을 건넸다. 제목은 『나쁜 생각』. 일상에 대한 작지만 울림이 가득한 에세이집이었다.
그 후 『나쁜 생각』의 저자로부터 매장으로 전화가 온 시점은 금요일 오후였다. 기억하건대 그가 매장으로 통화를 시도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려는 것일까. 날씨는 원두커피의 두 번째 목 넘김처럼 포근했고, 행인들의 발걸음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섯 번째 책의 추천사를 내게 부탁했다. 만약 봄이 아니었다면, 오래된 인연이 아니었다면, 요란스럽게 음악적 내공을 뽐내려는 자였다면,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요청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메타복스에서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상수역 근처 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아름다웠던 1990년대 홍대거리와 빛나는 음악들과 음반수집의 열정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에 대해서 작은 목소리를 주고받지 않았나 싶다.
그의 글은 온순하지 않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적당한 긴장감이 흐르고, 일상을 방치하지 않으려는 고집이 엿보인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글을 써왔다는 증거다. 평소 생각했던 그답지 않게 속도감이 넘치는 글을 선보인다. 나는 진짜로 그를 만났던 것일까. 아마도 우린 공기 속을 헤집고 다니던 음악이라는 동료의식으로만 존재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책을 통해서 그와 두 번째로 소통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그가 메타복스의 문을 두드릴지 궁금해진다.

책 『음악을 읽다』는 저자의 음악인생 축소판이다. 그는 책을 통해서 음악 읽는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장르 또한 가볍지 않다. 가요, 록, 재즈, 클래식의 문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서평집이 탄생한 거다. 소개하는 40권의 책을 통해서 우리는 듣는 음악이 아닌, 읽는 음악의 신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나는 『음악을 읽다』를 통해서 잊고 지냈던 친구와 재회했다. 친구의 이름은 홍대이기도 하고, 음악이기도 하고, 문화중독자라는 작가이기도 하고, 추억이라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태초부터 홍대에는 음악이 살았다. 저자의 무한 건필을 기원한다.
조남걸(홍대 ‘메타복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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