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서정소설 작가인 김하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현대시학』을 통해 시, 소설, 동화를 아우르며 문단에 등단했다. 잡지사 기자, 방송 작가를 거쳐 현재는 강원도 양양에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국화꽃 향기』『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국화꽃 향기, 그 마지막 이야기』 이외에 『허브를 사랑하나요?』『아침인사』『일곱송이 수선화』『내 마음의 풍금소리』『소녀처럼』『목련꽃 그늘』『유리눈물』『나는 못생겼다』『천 개의 눈』『연어』『이상한 나라의 프로포즈』『사랑의 기원』 등이 있다. 또한 성인을 위한 동화와 시집 외에 추리소설도 발표하였으며, 『왕목』으로 제5회 ‘추리 문학 매니아상’을 받았다. 특히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소설들이 이미 출간되거나 출간 예정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는 1980년대다. 그때는 군사정권이 무제한의 폭력을 국민들에게 행사하던 때였다. 그래서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자의든 타의든 많은 사람들이 불의한 정권에 맞서다가, 혹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쳤다. 내 대학 후배가 실제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분신자살을 했다. 그 후 나는 오랫동안 웃질 않았다. 산다는 것에 오랫동안 부끄러웠고, 그 부끄러움의 일부는 지금도 내 가슴속에 선연히 살아 있다. 이번 소설은 그런 내 대학 시절의 밑그림을 기초로 쓰였다. 그 당시 내가 느꼈던 혼란과 괴로움이 사랑 안에 싸인 채 보이지 않게 스며 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70,80세대들은 한없이 순수했으며 또한 과격했던 청춘의 그 시절을 반추할 수 있길 바라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겐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였던 1980년대 정황이 이러했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다. 지금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강렬한 마음을 느끼지만 또 그만큼 그 시절에서부터 자유롭고 싶기도 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가슴속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껏 내가 키운 갖가지 감정의 세계에서 그 사람이 아름답고 행복해지도록 자유로이 거닐게 하는 것이다. 노을이 물들 때마다 안락의자를 내주어 쉬게 하는 것이고, 깊은 밤에 이불을 다독거려 주듯 나의 기도를 덮어주는 것이리라. 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인한 거라면 나는 다 괜찮다. 앞으로 그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 내 감정의 최후까지 묵연히 서서 내가 그에게 내준 마음으로 인해 그가 편안하고 즐거워진 다음에야 나는 비로소 즐거워할 것이다.”
“내게 있어 사랑의 느낌과 모양은 맑은 물과 가장 흡사하다. 물방울이 모인 물은 나누면 나누는 만큼 작은 물방울로 나누어지고, 모이면 모이는 만큼 서로를 흔적 없이 껴안아 하나가 된다. 짜증나고 피곤하고 힘들고 마르고 강퍅한 것들조차 내 사랑이 닿으면 뽀득뽀득 얼굴이 씻겨지고 손과 발이 씻겨진다. 깨끗해지고 정갈해지고 단정해진다. 내게 있어 사랑의 느낌과 모양을 말로 표현하라면 바로 그런 물방울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에 촉촉이 스며든다. 내 마음에 스미는 물의 감촉은 사랑이 번져드는 투명의 손길처럼 아주 매끄럽고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