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라, Scorpion King!]<br/><br/>클래식 음악가, 맥주와 소시지, 축구, 롬멜과 히틀러,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고급 카메라와 오디오, 로렐라이, 결정적으로 베를린 장벽 등의 이미지로 우리들에게 기억되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명암이 엇갈리는 여러 가지 사항들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아무래도 '분단국가'라는 처지가 동병상련을 일으켰던 것만큼은 사실이기도 했다.<br/> <br/>80년대 중반 이후 헬로윈(Helloween)이라는 독일 메탈 밴드의 곡 [A Tale That Wasn't Right]이 우리나라에서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한국의 팝/록 팬들에게 있어 독일 출신의 록 밴드 하면 오로지 "스콜피온스(Scorpions)"였고 [Holiday]나 [Always Somewhere] 같은 곡이 그런 역할을 대신했었다. 음악다방과 방송국 팝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음반이기도 했던 스콜피온스의 초대박 인기 앨범이 1979년작 [Lovedrive]였다. 그런데 국내 라이선스 앨범 제작도 퍽이나 늦은 감이 있었지만, 게다가 오리지널 재킷 디자인이 선정적이라는 판정으로 인해 그냥 단순히 검정색 바탕에 커다란 전갈 한 마리의 앞모습으로 대체된 좀 억울한(?!) 커버의 발매는 음악 팬들을 당시 '백판'이라 불리며 당당히 자리하고 있던 부틀렉 LP의 메카인 종로 세운상가로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었다. 당시 떠돌던 이야기에서는 이 스콜피온스의 [Lovedrive] 해적음반 LP는 우리나라에서만 족히 50만 장~100만 장 정도는 판매됐을 것이라고 전해질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었다.<br/><br/>1972년 스콜피온스의 이름을 달고 발매된 첫 앨범인 [Lonesome Crow]는 지금의 음악성과는 사뭇 다르게 당시에 유행하던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을 추구하는 앨범으로 컨셉트를 지닌 구성과 스토리에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대곡 지향의 초기 사운드를 과시한다. 덕분에 이후에도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에게는 필청 앨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br/><br/>이 첫 앨범의 투어를 하는 동안 스콜피온스는 영국의 인기 밴드 UFO의 오프닝 자격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바로 그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마이클 쉥커를 눈여겨보던 UFO는 형제 사이를 갈라놓고 마이클을 전격적으로 스카웃 하게 된다. 이 사건 덕분에 심하게 휘청하던 밴드를 구한 것은 쉥커 형제의 오랜 친구로 지내던 당시 "독일의 지미 헨드릭스"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만큼 튀는 외모와 패션 감각에 진보적인 테크니션이던 울리히 로스(현재는 '울리 존 로스'로 불린다)였다. 하지만 그의 연주 감각이나 테크닉은 상업적인 성공과는 그다지 가깝지 않았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콜피온스는 초기 멤버인 루돌프 쉥커와 클라우스 마이네를 제외하고는 2명의 리드 기타리스트, 6명의 베이시스트, 5명의 드러머가 거쳐갔고 73~74년동안 잠시 키보디스트가 합류한 진용으로 45년을 지탱해 왔다. 그런 사이에 정규 앨범만 22장이 넘게 됐고, 라이브 앨범과 베스트, 특별 앨범까지 합치면 공식적인 앨범들만 30여 장이 넘는 기록물도 지니게 된 것이다. 그 앨범들의 현재까지의 앨범 판매량은 무려 1억 장을 돌파하였다. <br/><br/>세계적으로 중요한 시기, 그리고 그 사건 속에는 항상 스콜피온스가 자리를 함께 해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자리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무대에서도 우리는 스콜피온스의 멋진 장면을 기억할 수 있게 됐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종식되는 그 자리에서도 우리는 스콜피온스의 [Wind Of Change]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내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에게 초청받은 스콜피온스의 크렘린궁 방문과 콘서트 소식은 세계 토픽으로서 보도되기도 했었다.<br/><br/>지난 2010년 1월 24일에 독일 내 어느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루돌프 쉥커는 "우리는 현재 마지막 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역시 마지막이 될 월드 투어 콘서트도 준비 중입니다."라고 밝혔고, 유명한 AFP 통신을 통해서도 "이제 우리는 음악 활동을 멈추려고 합니다. 마지막 앨범과 우리의 팬들을 위한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확인시켜 주었다. <br/><br/>참고적으로 스콜피온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은 이렇다. "최근 몇 달 동안 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여전히 즐거웠습니다. 우리의 음악들이 정말 박력 있고, 창의적이라는 것을 느꼈죠. 결성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에 대해 변함없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녹음했던 것 가운데 최고의 앨범으로 활동을 끝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이클 쉥커는 "처음에 스콜피온스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많은 바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렇게 꿈꿔왔던 것 이상을 이뤘다는 게 놀?습니다."라고도 덧붙였다.<br/><br/>[강렬한 '꼬리독침으로 찌르기' 신공이 마지막으로 펼쳐진 앨범]<br/><br/>프로모션 투어 일정과 두 번의 내한공연까지 합치면 스콜피온스가 직접 내한한 횟수는 꽤 많은 편이며, 그런 덕분에 친한파 록 밴드로까지 불리기도 한 그들의 이번 마지막 정규 앨범 [Sting In The Tail]은 너무도 스콜피온스답게 모든 것을 상징하고 함축하는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br/> <br/>멤버들도 자신했던 만큼 이 마지막 필살 찌르기는 아주 강렬하고 짜릿하게 팬들에게 중독성 강한 사운드를 온몸 곳곳에 퍼뜨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앨범 커버 디자인이 특별하다. 그간 20여 장이 넘는 스콜피온스의 정규 앨범들은 나름 어느 정도 휴머니티와 상징성을 지닌 스타일을 지닌 편이었는데, 이번에 나올 마지막 작품집은 마치 유럽 왕가의 특별한 문양 같은 모습이 강인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 그만큼 마지막을 강렬하게 인식시키겠다는 헤비메탈 밴드로서의 스콜피온스임을 과시하려는 듯 하다.<br/> <br/>바로 앞선 앨범인 2007년 작 [Humanity:Hour I]는 미국에서 프로듀싱을 했지만, 이번엔 유럽에서 모든 녹음을 마쳤는데, 스웨덴의 프로듀서 미카엘 노드 앤더슨(Mikael "Nord" Andersson)과 마틴 핸슨(Martin Hansen)이 함께 작업을 했다. 전체 수록곡들을 두루 살펴보면 마치 컨셉트라 해도 좋을 만큼 록에 대한 멤버들의 일생과 경험담, 그리고 록 스피릿과 태도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스콜피온스의 장기이자 매력인 서정적인 표현에 이르기까지 팬들을 꼼짝 못하게 할 요소들이 다분하다.<br/> <br/>앨범 전체의 사운드는 멤버들이 최고로 꼽는 [Blackout]이나 [Love At First Sting] 때의 강렬하지만 리드미컬한 전성기 때로 돌아간 듯한데, 히트곡 [Rock You Like A Hurricane]의 느낌과 비슷한 도입부와 토크박스 기타 효과로 팝 메탈적인 경쾌함이 돋보이는 [Raised On Rock],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휘몰아침으로 다가서는 공격적인 곡 [Sting In The Tail], 그리고 이어지는 [Slave Me]는 얼핏 AC/DC의 분위기까지 전해지는 8비트 리듬과 관능적인 표현마저도 감지되는 트랙이다.<br/> <br/>유럽에서 제작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실감나는 드라마틱하고 비장미 강한 곡인 [The Good Die Young]은 밴드의 새로운 히트곡으로 남을만큼 확실한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스콜피온스가 거의 시도하지 않던 여성 게스트 보컬리스트가 참여한 곡이기도 하다. 전 Nightwish의 보컬리스트였던 타르야 투루넨(Tarja Turunen) 이 클라우스 마이네를 백업 하며 신비스런 그 특유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br/> <br/>긴박하고 매력적인 드러밍 인트로와 클라우스 마이네의 절정 보컬이 빛을 발한 [No Limit]은 그야말로 한계가 없는 이들의 사운드와 능력을 과시하며 대변하는 역시 라이브용 트랙이다. 그리고 드라이브감 넘치는 [Rock Zone]과 [Turn You On], [Let's Rock], [Spirit Of Rock]은 이들의 밴드 지향점과 성격을 그대로 담은 전형적인 하드 록/헤비메탈 사운드를 선보이는 생생한 곡들이다.<br/><br/>은근히 독일 출신임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록 발라드 [Lorelei]는 클라우스 마이네 특유의 비음 살짝 섞인 하이톤 보컬과 키보드, 기타 아르페지오의 조화가 돋보이는 전형적인 국내 취향의 대중적인 곡이다. <br/>곡의 제목 및 전체 구성이나 분위기가 국내 방송이나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을 것 같은 곡은 뭐니뭐니해도 [SLY]이다. [Still Loving You]의 멜로디를 바로 연상시키는 익숙한 기타 연주의 인트로로 시작을 하는 곡인데 [Holiday], [Always Somewhere], [Still Loving You], [Wind Of Change] 등 일련의 스콜피온스표 록 발라드 히트 행렬을 이을 보석 같은 존재의 트랙이다. 이곡은 사실 [Still Loving You] 덕분에 탄생한 노래라고 하는데, "SLY"는 바로 [Still Loving You]의 세 단어에서 각각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Sly'라는 이름의 여성이 80년대에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한 성장 과정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하는 사연도 담겨 있다.<br/><br/>마지막 트랙 [The Best Is Yet To Come]은 제목에서부터 이들의 의지와 사연, 추억이 두루 담긴 곡이다. 이들이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마음과 과거를 되돌아보는 편안함 등이 고루 느껴진다. 스콜피온스를 응원하고 마지막을 축하해주는 응원가이자, 팬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마음이 담긴 것이 전해져 온다.<br/> 허풍이나 거짓이 아닌, 스콜피온스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는 사운드와 구성을 담은 걸작으로 이 앨범은 평가받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br/> <br/>앨범은 마지막이지만 아직 스콜피온스는 끝이 아니다. [Get Your Sting And Blackout World Tour]라는 이름의 월드 투어를 2010년 3월 15일, 마지막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인 시기부터 체코의 프라하에서 시작하게 된다. 대략 2~3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하는 이번 마지막 월드 투어는 80년대의 느낌을 살린 컨셉트로 제작된다고 한다. 지난 80년대에 누렸던 전성기 시절 영광의 역사로 팬들을 데려갈 생각이라고 하는데, 투어 제목이 [Get Your Sting And Blackout World Tour]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바로 당시의 주요 앨범 제목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br/> <br/>영원이 훌륭한 라이브 밴드로 기억되고 싶고, 스콜피온스의 많은 곡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클라우스 마이네와 루돌프 쉥커는 벌써 우리 나이로는 환갑을 넘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아쉬운 마음이겠지만 이들의 현명한 선택과 마무리에는 우리도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br/><br/>끝으로 클라우스 마이네가 남긴 아래의 내용을 전하면, 어느 정도 위안도 되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이 될 것 같다.<br/><br/>"해체를 선언한 우리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거의 40년 동안 미친 듯이 록이란 음악세계에 빠져 살아왔어요. 마지막 앨범 발매가 오히려 신나고 기대됩니다. 지금이 해체하기에 가장 적기인 듯 싶습니다. 강력한 앨범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면서 그만 떠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최소한 2년여 동안 월드 투어를 기획하고 있으니 완전히 끝은 아닙니다. 팬 여러분, 울지 마세요! 기념할 만한 일이니 이 즐거운 파티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클라우스 마이네

"파워와 서정성이란 록의 미학 실천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은 밴드. 이 마지막 앨범은 그들의 존재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지만 영생의 길로도 들어간다는 것을 강력하게 웅변할 것이다!!" - 임진모(음악평론가)

"강렬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다가왔던 금속성 전갈의 자태! 그 마지막 쏘임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전해진다..." - 성우진 (음악평론가, 방송작가)

"한 장의 명반보다는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온, 한 명의 비평가보다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온 노장의 레퀴엠. 이제, 록의 역사는 또 하나의 영구결번을 준비해야 하리." - 김작가 (음악평론가)

"지난 40년간 숱한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을 잠재우며 그 '허리케인과도 같은 락'(Rock You Like A Hurricane)으로 '대도시의 밤'(Big City Night)을 밝혀온 전갈들이 이제 '꼬리의 독침'(Sting In The Tail)을 봉인하고 영원한 '휴가'(Holiday)에 돌입한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앞으로도 '항상 어디에선가'(Always Somewhere) 불리워지고 기억되리라." - 윤병주 (로다운30)

"메탈음악이 가장 인기를 누리는 지역은 영미권이 아니라 유럽대륙이다. 스콜피온스는 유럽출신 최초의 스타 밴드이자 최고의 밴드였다. 수 많은 명곡을 남긴 그들이 이제 40년 넘는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또 하나의 전설의 퇴장이다. 최후의 세계순회공연에 우리나라도 포함되길 기대해 본다." - 정원석 (음악평론가)

"그들은 사라지지만, 그들의 음악과 락앤롤 정신은 영원하리라. Adios~ My hero!" - 김재만 (블랙신드롬)

"어렸을 적, Wind Of Change 로 한번에 내 마음을 울렸던 모스크바 공연실황 카세트 테잎은 지금 내곁에 없지만 그때의 나의 음악 스승님들은 뜨거운 용광로속의 시뻘건 국물처럼 나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 이상면 (크라잉넛)

"마지막 모습까지 아름다운 그대들이야 말로 지구의 진정한 락스타!" - 박종현 (겔럭시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