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도 경영에 있어서는 분명 ‘프로’다. 게다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았다면 이 부문에서도 분명 ‘프로’가 된다. 그러나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들 중의 하나는 ‘프로로서의 자만심’이다. 항상 ‘프로도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도리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대변인은 항상 “최악(worst)의 상황을 가정해, 이에 대한 최선(best)의 준비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프로는 한 번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어이없이 반복되거나, 범한 실수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더 나아지려는 피나는 노력이 없는 프로는 더 이상 프로가 아니다. --- p.19
“한국에 언론 저널리즘이 있기나 합니까? 국익을 위해서 써야 할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이 있는 것 아닙니까? 이것저것 다 실어 놓으면 그게 찌라시지 뭐가 언론이랍니까?” “한국 언론은 말이에요…… 책임을 지질 않아요. 기업들이 소송을 하기도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진짜 책임을 지는 경우들이 얼마나 된답니까? 아주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니까요.” 기업 경영진들 대다수가 언론과 언론의 역할, 저널리즘의 가치 등에 대해 이렇게 열변을 토하곤 한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는 코치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이런 저널리즘에 대한 불평에 대해 필자는 반복적으로 이렇게 조언한다. “언론은 원래 그렇습니다. 언론이 그렇다는 것을 먼저 확실하게 인정해야 좀 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언론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미디어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그래서 절실하다. 만약 언론이 경영진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였다면,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필요 없지 않을까? --- p. 28
외국계 기업의 팀장급에게 기자가 질문한다.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영국의 OO기업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요?”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회사가 답변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고민도 해야 하겠지만, 글로벌 본사 차원의 질문이라 한국 지사의 일개 팀장이 답변할 수준을 훨씬 넘어선 질문이다. 답변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질문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간단하게라도 설명하는 경우다. 그럴 권한이 없다면 말하면 안 된다. 그럴 권한이 없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