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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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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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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3쪽 | 384g | 128*188*20mm
ISBN13 9788973813704
ISBN10 897381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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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뭔가가 머리 속을 가로질렀다. 그렇다, 왜, 왜 아오이는 이 곳으로 왔을까.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 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팔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돌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쳐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
--- p.254
-약속할 수 있니?
-무슨?
-내 서른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기로, 어때?
-피렌체의 두오모? 왜 그런 곳에서? 밀라노의 두오모는 안되니?
-밀라노 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오모이고, 피렌체 쪽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두오모라고 페데리카가 말했어.
-또 페데리카로구나.
-땀을 흘리며 몇백 계단을 필사적으로 오르면, 거기에 기다리고 있을 피렌체의 아름다운 중세 거리 풍경에는 연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주는 미덕이 있다고 했어.
-그렇다고 딱히 거기서 만날 약속은 안해도 되잖아. 서른살 네 생일때 우리 같이 가도록 해.
-응, 우리가 헤어지지 않는다면.
--- p.98-99
아오이가 개찰구를 바져 나가 플랫폼 저편으로 사라진 후, 나의 시야 속으로 다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햇다. 다시 소리가 들려 오고, 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어갔다 -247-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수기를 들고 에, 아가타입니다, 하고 말했다. 대답이 없엇다. 마음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심장은 심하게 고동 치고 있었다.

'죄송해요, 전화를 잘못 걸었어요.'

수 초의 공백이후 상대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공백을 떠올리는 순간 번갯불이 번쩍했다.

'아오이!' -177-
--- p.177
숨을 죽이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하늘이 밝아 오자 비둘기 떼가 둥근 지붕 위에서 하늘로 날아 올랐다. 두오모 앞 광장에는 집시 부자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광장 한 복판 돌 바닥에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 p.227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 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
--- p.5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번잡하다. 마음이라는 부분이 육체의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탓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깨나 발목의 아픔과는 달리 어떻게 처리할 길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아픔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흘러가는 시간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과거를 잊게 해 주리라 기원하면서...
--- p.142
-모르잖니 미래일은, 그러니까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약속해줘. 오늘의 이 마음을 언제까지고 간지가고 싶으니까 약곡하는거야. 내 서른 살의 생일날, 쿠폴라에서 기다려 주는거야.
-네가 먼저 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영원히 날 마음에 간직한다면 자기가 먼저 기다려줘야해
-서른 살. 앞으로 10년 후의 일인데....
--- p.99
메미의 지금 나이가 옛날 아오이의 나이와 같은 탓에, 나는 마치 학생 시절처럼 아오이와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입을 다물고 있는 메미는 점점 아오이에 접근해 간다. 아오이는 필요한 말 이외는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결말이 나 버린 것일까...... 그 때 그녀의 기분을, 지금이라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요 때문에 입을 열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 거리에는 늘 비처럼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 p.25
나의 광장
예전에 그렇게 부르며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다.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 떠돌며 살아가던 내게 있어 그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도시의 광장처럼 시원스런 존재였다. 별다른 용건도 없이 나는 시간이 남아도는 노인처럼 매일 그곳을 찾아갔다.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그래서, 그 날이 그리워, 라는 애절한 멜로디의 일본 팝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이다.
--- p.178,206
나는 과거를 쫓아가도 좋은건지, 또한 미래를 믿어도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약속. 그 주술적인 올가미에 묶여있는 나 자신. 그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줄 알면서도, 과거에 발이 묶인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도 과거가 기다리고 있다. 서른살 생일날, 5월25일......
--- p.100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가고, 나느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팔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돌 길 위에 흔들리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순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혀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 p.254, ---pp6-12
나가려는 메미를 불러세웠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광기를 일으켰던 낮의 후유증 때문이진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메미는 문을 열고 우뚝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복도에서 흘러들어오는 빛 때문에 그녀는 선 채로 그림자가 되어 있었다. 여태 나에게 있어 그녀는 하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할 만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도, 판단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아오이가 없는 공간을 메워 주려고 쥰세이를 사랑한 게 아냐. 쥰세이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난 이렇게 살 수 없어. 더 이상 모욕당하기 싫단 말이야.'
--- p.167
그로부터 5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으려하면 할수록 아오이는 기억속에서, 이를테면 횡단보도를 건너갈때, 지각하지 않으려고 마구 달릴때 심한 경우는 메미를 바라보고 있을때. 망령처럼 불쑥 모습을 드러내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 p.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한다.
--- p.254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힌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그래서, 그 날이 그리워, 라는 애절한 멜로디의 일본 팝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이다.
--- p.206
격한감정으로 그녀를 질책하고,그녀가 놓여있는 고통스런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고,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하지 않았던가,아마도 그녀는 그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하고 ,어린애 장난같은 그런 약속 따위는 아무 관심도 없을것 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행위에 대한 죄값을 갚는 의미에서도 설령 나혼자 오르는 길이라 해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대성당의 좁은 긴 계단을 걸어 오를 생각이었다. 거기에는 우리의 젊음에 희생당한 한 생명에 대한 사죄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
--- p.213
개찰구를 뚫고 들어서자, 국제특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햇살을 받아 강철의 차체는 둔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럽 횡단철도의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레일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 열차가 나를 데리고 가는 그곳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백 년을 살아갈 것을 맹세하면서.
'새로운 백 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유럽 국제특급의 트랩에 오른발을 올렸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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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냉정과 열정의 중간이란 건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이죠. 아오이처럼 냉정하려 해도 열정에 이끌리고, 반대로 열정적으로 살아가야지 하면서도 냉정이 윙윙대는 파리처럼 떠도는 거죠. 누군가를 잊을 수 없다는 것도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만남이 있겠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은 잊을 수가 없죠.

츠지 히토나리 :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지만, 잊으려고 절대 하지 않아요. 나는 카타르시스라는 말을 무척 싫어하는데, 순간적으로 위로받거나 정화되지 못한 일로 치부해버리는 것 같아서 싫어하죠. 전부 있었던 일로 기억해두고 싶어요. 대부분의 연애에서 항상 행복하다는 사람은 극소수로,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게 냉정과 열정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살고 있죠. 쥰세이도 아오이도, 그리고 내 소설도 최후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식으로 자신과 싸우죠. 냉정이 이길지, 열정이 이길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쓰는 사람 입장에서 아무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냉정이 이기게 하고 싶지 않고, 열정이 이기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그렇다고 열정이 대승을 거둘 수도 없어요. 열정만이 아닌, 냉정만이 아닌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격정의 이동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츠지 히토나리 : 사람은 누구나 다 돌아가고픈 사람을 찾고 있고, 그것이 연애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연애소설이란 게 끝도 없이 이어지겠지만, 우리들이 쓰려고 한 것은 돌아가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만나고 싶었다고 말을 하기 위해 계속 방황하는 사람들의 소설이 아닐까요? 그리고 사랑이나 연애라는 것도 어느 선까지 가면 믿기 힘든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되고, 그것으로 그 벽을 몇 번씩 넘어가지만, 그 넘어가려 하는 힘은 열정과 냉정의 사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 월간 <다빈치>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대담 중에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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