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이의 울음 섞인 한마디가 나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들은 자초지종은 이랬다.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배가 고파진 아이는 싱크대 서랍에서 컵라면을 찾아냈다. 가스레인지는 절대로 켜지 말라는 내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를 목욕으로 해놓고 물을 데웠고, 그렇게 컵라면 한 개를 먹었다. 그런데 아빠가 들어오시면 배가 고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컵라면 하나를 더 뜯어서 물을 부어 놓았다는 것이다.
헉헉거리며 우는 아이를 두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소리 내어 울었다. 한참 동안, 아주 한참 동안 울었다.
-<컵라면> 중에서



할머니는 허리춤을 뒤적여 뭔가를 꺼내들며 말했다.
“어여 눈 꼭 감고 입이나 크게 벌려 보슈.”
“왜?”
“쪼꼬렛 주려고 그러우.”
그런데 작은 알맹이가 입속으로 들어간 순간 갑자기 할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응? 쪼꼬렛이 아니잖아?”
“쪼꼬렛만큼 달진 않아도 그보다 좋은 거유. 영감, 꼭 나보다 오래 사시구려.”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입속에 넣어 준 것은 우황청심환이었다.

-<행복 쪼꼬렛> 중에서



다음 날, 그의 주머니에는 들꽃 씨앗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육십 리 길을 오가며 꽃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꽃씨를 바람에 날려 보냈다.
이듬 해 봄, 우체부가 다니는 길 양편으로 노랗고, 빨간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났다.
아니 꽃들이 그의 발걸음을 쫓아다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지나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우체부> 중에서

그래도 우리는 사랑이 있어 살 수 있다!하루에도 수천 개의 사연들이 인터넷에 쏟아진다. 그런데 유독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는 글은 따로 있다. 그 글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인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는 글이 단연 큰 사랑을 받는다.<br/>우리는 이렇게 사랑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매달 달력에는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행사들이 빼곡하게 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짜장면 데이’ ‘빼빼로 데이’ 등등 사랑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br/>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거리에는 사랑이 이렇게 넘쳐나는데, 똑같은 거리에서 아주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를 버리는 자식, 돈에 눈이 멀어 이웃을 살해하는 주민, 어린아이를 성적 희생물로 삼는 성범죄자 등등, 연일 연쇄살인자와 납치범들이 신문의 사회면을 크게 장식한다. <br/>우리가 찾아 헤매는 사랑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br/>네티즌들이 그 의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진실한 사랑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 사랑이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쓰러지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이 사연들은 마법을 거는 주문과도 같이 세상 곳곳에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br/>장애인으로 구걸을 하며 살아가지만 100원짜리만 따로 모아 불우이웃 성금을 내는 아주머니, 걸음이 불편하신 신부의 아버지에게 하얀 운동화를 선물하는 신랑, 매일 술만 드시고 어머니를 괴롭히던 어느 아버지의 눈물겨운 쪽지, 어려운 고학생에게 한 병의 우유를 주는 소녀와, 훗날 의사가 되어 소녀의 어머니를 무료로 치료해주는 고학생 등등 <br/>어둡고 암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모습만큼은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br/>이렇게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수백만의 네티즌의 눈물로 활짝 피어났다. 이제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인터넷이란 전자 세상을 넘어 우리 현실로 다시 돌아올 차례이다. 우리가 그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실천할 때인 것이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