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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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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의 로맨스

차은강 | 가하 | 2013년 06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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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02g | 128*188*30mm
ISBN13 9788966476107
ISBN10 8966476104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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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웃노? 니 요새 내 몰래 연애하나?”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는지 경선의 말에 시원은 표정 관리를 하며 헛기침을 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 정리하는 중에 재희의 문자가 들어왔다.

- 내일 오후에 데이트해요.

금요일 오후, 내일이 쉬는 날이라는 걸 안 재희가 여지없이 데이트 신청을 한 것이다.

- 어디에서요?

- 산에 밤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밤 주우며 데이트, 완전 낭만적이죠? 집으로 데리러 갈 테니 장화 신고 나와요.

이런 재희의 문자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밤을 주우며 데이트를 하는 커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마는 그 색다름이 오히려 좋았다.

그들이 밤을 주우러 간 곳은 덕곡에 있는 산이었다. 물감을 찍어놓은 듯 노랗게 물든 가을 산에 벌써 누군가가 다녀갔는지 밤을 따 간 흔적이 보였다.

“조심해요. 가시에 찔리면 약도 없어요.”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에 재희는 삐죽이 뻗어 나온 가시나무가 보일 때마다 낫으로 치며 시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주었다.

“아, 저기 완전 많은데요?”

오래 지나지 않아 재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바닥에 떨어진 밤들이 수북했다.

“우와! 정말이네요.”

노다지를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며 시원은 달려가 떨어진 밤을 정신없이 줍기 시작했다.

“이렇게 줍다 주인한테 들키는 거 아니에요?”

애처럼 신나게 밤을 줍던 시원의 갑작스런 물음에 재희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들키기 전에 도망가야죠.”

“네?”

농촌이 인심이 좋다고 하지만 요즘은 농작물을 훔쳐 가는 도둑들이 많아서 그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였다. 남의 산에서 밤을 줍다가 경찰에 잡혀 가는 건 아닐까 문득 걱정이 된 시원은 신나게 밤을 줍다 말고 허리를 들었다.

“우리 그냥 가요. 이거 줍다 경찰서에 가는 것보다 그냥 사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걱정스런 시원의 말에 재희는 태연하게 웃으며 밤을 줍기만 했다.

“그냥 가요.”

재희가 너무 태연하기만 해서 시원은 더 걱정스러웠다.

“여기 주인이 우리 형이에요. 선산 물려받았거든요. 우리 형이 설마 우리를 경찰서에 넘기기야 하겠어요?”

“네?”

진작 그렇다고 할 일이지, 꼭 이렇게 시원을 놀리는 재희였다.

“이만 하면 정말 괜찮은 조건이죠? 장남이 아닌 차남이죠, 어른들 모실 필요도 없지, 돈도 잘 벌지, 나이도 시원 씨보다 한 살 어리니 힘은 또 얼마나 장사겠어요. 그러니 속 그만 태우고 나랑 연애하는 거 어때요?”

놀란 시원의 가슴을 더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재희의 고백에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밤을 주우며 하는 고백이라니! 전혀 속 태우고 있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태연자약했다. 그러니 더 황당할 수밖에.

“농촌 총각들이 다 이렇게 고백하는 건 아니죠?”

고백을 한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밤 줍기에 열중인 재희에게 물었다.

“비슷비슷한 건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그제야 밤 줍기를 멈추고 시원과 눈을 마주친 재희가 집게와 바구니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그 때문에 당황한 시원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연애할 거예요, 말 거예요?”

너스레를 떨며 협박하듯 말하는 재희의 귀여운 모습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시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대답하라니까 왜 웃어요?”

“정말 돈도 잘 벌고 힘도 센 거 맞아요?”

놀리듯 물어오는 시원의 말에 함께 웃던 두 사람이 웃음을 멈출 무렵, 마주치고 있던 두 눈동자에서 잠시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 어색함에 시원이 눈길을 피하려는 찰나. 시원의 뒷덜미를 잡은 재희가 시원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내렸다.

느닷없는 키스에 시원의 몸이 잠시 경직되는 듯했지만 시원은 곧 재희의 따뜻한 혀를 받아들였다. 살짝 입술을 핥던 부드러운 입맞춤은 재희가 시원의 허리를 똑바로 안자 깊은 키스로 바뀌었다.

“내가 더 애탔으면 좋겠어요?”

입술을 떼고 열망 가득한 눈동자로 물어오는 재희를 바라보며 시원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저었다.

“연애할 거죠?”

부끄러움으로 재희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 채 시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턱을 들며 재희가 눈을 마주쳐왔다.

“확신이 선 거예요?”

그를 만날 때마다 하나 둘씩 심장을 간질이는 느낌들은 늘 시원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재희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가슴을 두드렸다.

“제가 마음을 준 사람, 사랑하는 사람은 떠난 후 지독한 상실감과 패배감을 가져다주었어요. 그래서 두려웠어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또 받아들인다는 게. 하지만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당신이 주는 믿음과 신뢰를 믿어보기로 했어요.”

그래, 재희라면 마음을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미 재희에게로 뛰어가고 있는 마음이었지만 그것을 멈추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처 주지 않을게요. 제가 잘할게요.”

시원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재희의 낮은 목소리.

“저도 잘할게요. 노력할게요.”

부끄러운 듯 새빨개진 얼굴로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 말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재희는 시원을 그대로 안아 올리며 소리쳤다.

“야호! 야호!”

빨갛게 물든 산중에서 재희가 시원을 안아 들고 소리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밤나무 위에 앉아 밤을 갉아먹던 다람쥐가 깜짝 놀라 저 멀리 줄달음질을 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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