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정읍 출생으로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으며 1966년 《문학춘추》《문학》지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역사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있는 그는 역사물에도 발군의 역량을 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집으로『골목안 삽화』, 장편『자유 불행한 자유』『화려한 연대기』『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유리상자속의 사랑』『짧은 사랑 긴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족보이야기』『이야기 사기열전』, 역사서로『이야기 한국고대사』, 역사소설『소설 택리지』『용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려 태조 왕건』등이 있다.
연산에게 총애받는 기생이 하나 있었다. 그 기생은 제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지난밤 꿈에 옛 주인을 만났네,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그 친구가 연산에게 달려가 얘기해주었다. 연산은 즉시 작은 쪽지에 무엇인가를 써서 밖으로 내보냈다. 얼마 후 궁인이 은쟁반 하나를 받들고 들어와 연산에게 바쳤다. 꿈을 꾼 기생을 불러 열어보도록 했다. "으악!" 그 기생은 까무라쳐버렸다. 은쟁반에 전 주인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 기생도 목을 베어버렸다. 사람 죽이기를 취미로 삼는 연산이었다. 연산의 황음과 폐단이 극에 달하자 왕비 신씨가 바른말로 간하다거 여러 차례 능욕을 당했다.
이 무렵 숙의의 종이라고 하는 자가 사방에서 물건을 독점하여 백성들의 토지와 노비를 빼앗아 차지했다. 신하들 가운데 말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왕비는 혼자 탄식했다. "여러 궁인들이 나라의 정치를 어렵게 하니, 나는 그 나쁜짓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구나." 왕비는 내수사에 명하여 단속을강화했다. "만약 본궁의 노자들 가운데 횡포한 자가 있다고 들리면 매를 쳐서 죽이리라." 그러나 왕비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연산인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아는 듯, 폐륜의 길을 택하여 그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종반정은 필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