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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생활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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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여자 생활 백서

안은영 | 해냄 | 2006년 04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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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7쪽 | 47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3377404
ISBN10 8973377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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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섹스의 기억은 각자의 생김새만큼이나 다르다. 만일 당신의 잊고 싶었던, 부끄러운, 아련한 추억의, 가슴이 뻐근한, 황홀했던, 치욕적인 당시의 기억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면 정말 미안하다. 키스와 달리 섹스는 기억의 무게가 다를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몸으로 전달되는 모든 것에 이토록 오랫동안 각인되는 어떤 기억, 그것을 맨 처음 느끼는 순간은 거의 전율에 가깝다. 사랑할 때 느끼는 모든 첫 경험이 그러하듯이.
말하자면 첫 섹스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 지금 당신이 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하게 될 똑같은 행위의 기저에 깔리게 된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첫 섹스에 대해 “좋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별로였다”라는 대답이 두 배 이상 많았다는 것!
희화시킬 것도 미화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기억하자. 관계 전후의 상대방의 달라진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았거나, 아픔을 삼키며 이를 꽉 깨무느라 짜증이 솟구쳤거나, 모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났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날의 상대는 잊어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말자. 당신이 누군가와 몸으로 소통한 그 생애 첫 경험은 온전히 당신 것이므로 소중하다는 것을. 혼미한 첫 경험으로부터 당당하고 자유로워야 당신의 몸을 진짜 사랑하게 된다.
--- p.
절망적인 일을 겪었거나 슬픔에 휩싸여 걸을 힘도 없을 때 당신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대개 가족은 아닐 터. “너무너무 슬픈데 언니가 좀 나와줄래?”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아빠 나 좀 만나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한집에서 부대끼고 살아오면서, 세상에서 당신과 가장 닮은 족속들인데도 정작 마음을 여는 일에는 거리를 둔다. 당신의 삶과 가족의 것은 별개여서? 가족에게 속을 보이는 것은 왠지 민망해서? 가족들은 당신의 맘 절대 모를 것 같아서? 아마 아닐 거다. 가족들이 당신의 눈물을 봤을 때 당신보다 더 가슴 아파할까 봐, 당신보다 더 잠을 못 이룰까 봐, 당장 내일부터 당신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 못할까 봐서다. 한편 미안하고 한편 성가시고 또 한편 스스로가 작아지는 게 싫어서일 거다.
그런데 말이다, 가족 앞에서 눈물을 참으면, 흐르지 못하고 눈물샘 안에 고여 있는 당신의 눈물은 죄다 가족의 가슴으로 옮아간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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