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마셔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기분이 언짢을 때나 함께 먹는 사람과 껄끄러운 사이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우리의 뇌는 기억을 선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평생 잊지 못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어떤 와인을 마셨다면, 우리의 뇌는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 그 와인의 객관적인 질이 어느 정도이건, 그 와인은 좋은 와인으로 각인될 뿐만 아니라, 장래에 좋은 와인의 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 '와인, 어떻게 친해질까?' 중에서
로트칠드가는 대은행가 집안이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죠르쥬 퐁피두(Georges Pompidou)도 로트칠드 은행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지난날 자신을 고용해준 집안에 대한 일종의 보은이랄까? 1960년부터 1등급으로 승격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번번히 퇴짜를 맞았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루고 마니 이는 ‘포도밭의 혁명’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이었다. 승격 이전인 1855년 리스트의 1등급에 들지 못한 울분을 삭이기 위해, 그리고 무통의 자존심을 위해 정한 가훈이 재미있다. “일등은 될 수 없고, 이등은 승낙하지 않고, 무통은 무통이다.” 그리고 1973년 마침내 1등급에 오른 후 이 가훈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이제는 일등, 이등은 했고, 무통은 바뀌지 않는다.” --- '보르도 1855년 등급' 중에서
최근에 들어와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오랫동안 남성 전유물이었던 와인에 대한 여성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슈퍼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60% 이상은 여성들이 구매한다. 훌륭한 여성 소믈리에르(sommelier?)나 와인 메이커도 많이 나오고,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여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맞춰, 여성의 취향에 맞는 와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남성보다 후각이 월등히 뛰어난 여성들이기에 분명 남성과는 다른, 또는 앞선 와인 취향을 지니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프랑스의 고급 식당에서도 여성들이 주로 즐기는 다이어트 음식이나 해조류 등에 맞게 와인 리스트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생선 요리에 맞는 화이트 와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단다. --- '부자는 좋은 와인을, 빈자는 많은 와인을' 중에서
최근 들어서는 유명 와인의 위조품도 등장하고 있다는데, 주로 중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최상급 와인을 가짜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한다. 페트뤼스·마고·무통 로트칠드·로마네 꽁띠(Roman?e-Conti)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이 주요 희생자라 한다. 그리고 그 방법도 다양해서 아예 와인부터 병과 레이블까지 모두 가짜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래의 빈 병을 구해 그 안에다 다른 와인을 채우는 경우도 있다. 뉴욕의 고급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마시고 간 고급 와인의 빈 병을 아예 모두 깨어버리는 것을 결의할 정도이니 가짜 와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 '인류 최초의 사기는 와인으로부터' 중에서
인간이 호모 에렉투스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Erectus Sapiens Sapiens)로 행세한 이래로 와인은 인간의 삶 여러 분야에 깊이 관여해 왔다. 신을 찬양하기 위해, 사자의 영생을 기원하기 위해, 기쁜 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괴로움을 익사시키기 위해, 기분과 사기 진작을 위해, 와인은 늘 인간과 함께 해왔다. 때로는 와인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고, 때로는 포도 수확을 위해 전쟁이 멈춰지기도 했다. 그만큼 당신이 마시는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오랜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비밀스러운 코드처럼 담겨있다. --- '행복한 우연, 와인의 탄생' 중에서
소량을 규칙적으로 즐기면서 마신다는 전제 하에, 와인은 괴테가 말했듯 ‘인간을 기쁘게 해주고, 기쁨은 모든 미덕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의 기분이 좋을 때 저항력이 높아져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오늘 밤, 누군가와 느긋하게 와인을 한 잔 나누면서, 신경안정제는 잠시 잊어버리면 어떨까. --- '와인 vs 신경안정제' 중에서
술이란 마실 때는 같이 마시지만 취할 때는 각자 홀로 취한다. 비록 같이 앉아있다 해도, 각자의 주량이나 성향이나 술버릇에 따라 각각 홀로 취하는 것이다. 나 홀로의 길, 그것이 취기의 길 아니겠는가! 그러나 너무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디드로(Diderot)는 경고한다. “취기는 이성의 모든 빛을 앗아간다. 취기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지어주는 이 입자, 이 성스러운 섬광을 완전히 말살시킨다.”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는 취중한담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히 털어놓은 적도 있다. “나도 취한 적이 있었는데, 취기는 당신으로 하여금 보다 훌륭하고, 보다 위대하고, 보다 존경받을 만 하고, 보다 고결하고, 보다 부유하고… 등등을 믿게 한다. 실제로는 아닌데.” 이래서 술 마실 때 하는 말은 믿지 말라고 하나 보다.
--- '마시고 취하고 읊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