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선위 표명을 해왔다. 세자 양녕이 불과 열세 살에 불과한데도 선위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건강 때문이라고 했다. “과인이 몸이 노쇠하여 건강이 날로 나빠지고 있으니 세자에게 선위하고 물러나 건강을 돌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태종의 선위 표명의 숨겨진 목적은 왕권 강화를 위한 외척 세력 제거였다. 태종은 세 차례에 걸쳐 선위 표명을 했고, 그럴 때마다 조정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야 했다. 태종은 그 혼란을 이용해 원경왕후 민씨와 왕후의 친정 동생인 민무구 형제를 대표하는 외척 세력을 서서히 제거하기 시작했다. ---‘태종이 꿈꾸는 나라’ 중에서
단종은 왕으로 즉위한 후, 왕족 대표 두 명에게 자신을 보필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가장 가까운 직계 혈족의 대표인 수양대군과 금성대군이 선택되었다. “금성대군은 성격이 곧기는 하나 세력이 없고, 정권욕도 없는 사람이니 별 걱정이 없지만, 수양대군은 본래부터 성격이 강직하고 독점력이 강한 인물이니 왕을 좌지우지할 것이 분명하다.” 고명대신들은 수양의 세력 팽창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선의 정국 구도는 왕족의 대표격인 수양대군파와 문종의 유명을 받든 고명대신파로 나뉘어졌다. 또한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왕족 세력은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세력으로 나뉘어지고, 집현전 학사들은 고명대신의 대표격인 김종서와 황보인의 권력 독점을 우려하며 나름대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불행한 임금, 단종’ 중에서
김시습은 열반에 들 때 승려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내가 죽거든 화장하지 말고 땅속에다 3년 동안 묻어 둬라. 그 후에 정식으로 화장해다오.” 승려들은 그가 원한 대로 시신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3년 후에 다시 정식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무덤을 열었다. 관을 뜯어본 승려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시신이 살아 있는 듯하구나!”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듯 편안하다니!” 김시습의 시신은 살아 있는 사람과 똑같았다. 얼굴에는 불그레하게 핏기까지 감돌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산 사람이지 시신이 아니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