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프랑스 리옹의 몰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 입학시험에 실패한 뒤 미술을 공부하다 군에 입대했다. 군복무중 우연히 비행기 조종을 배운 것을 계기로 제대 후에 비행사로서의 길을 15년 동안 걷는다. 처녀작 <남방 우편기>는 그가 라테코에르항공사에 입사하여 툴루즈와 카사블랑카 간의 우편비행을 해오는 동안 씌어진 작품이다. 1944년 2차 대전 당시 마지막 출격을 나갔다가 실종, 44세라는 나이로 요절했다. 저서로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받은『인간의 대지』, 페미나 상을 받은『야간 비행』, 『전시 조종사』『어린왕자』등이 있다.
'왜 술을 마셔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잊기 위해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어린 왕자는 술꾼이 불쌍해져서 물었다.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지.' 머리를 숙이며 비밀을 고백하듯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요?' 술꾼을 위로해 줄 생각으로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꾼은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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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해서 대단히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 어린왕자가 사는 별이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구,목성,화성,금성같이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놓은 커다란 떠돌이 별들말고도 수백 개의 다른 별들이 있는데, 어떤 것들은 너무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보기 힘든 정도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천문학자가 그런 별을 발견하면 이름을 지어 주는 대신 번호를 매겨 준다.
이를테면 '소혹성 3251'이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612호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혹성은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딱 한번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었다. 그러나 터키 고유의 의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