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p.116
'그래, 네 생각은 벌써 알고 있어.' 그는 단념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한갓 옛날 이야기에 불과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바로 여기에 이 종교가 갖는 근본적인 결함이 잘 나타나 있단 말이야. 구약이나 신약 속의 신의모습은 아주 완벽하고 훌륭하지만 그것이 본래 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은 아니란 것이 문제라고 생각되는 거야. 신이란 고귀하며 마치 아버지의 존재와 같이 아름답고도 높으면서도 다감한것이다는 것은 올바른 말이야! 그러나 세상에는 또 다른 세계도 존재하고 있단 말이야.
이 다른 부분은 전부 악마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세상의 이러한 부분의 전부, 즉 세상의 절반은 은페당하고 묵살되어 버리고 있는 거야. 신을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찬양하면서도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성생활은 전적으로 묵살하고, 악마적인 것, 죄많은 것으로 단정해버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나는 사람들이 여호와를 숭배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를 인정하고 신성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구분한 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반만이 아니라 온전한 전체를 말이야.
우리는 신께 예배드리는 동시에 악마에게도 예배를 드려야만 해. 그래야만 정당하다고 할 수 있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내부에 악마까지도 내재시키고 있는신, 즉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 앞에서도 그 앞에서 의례적으로 묵인할 필요가 없는 그런 신을 창조해야만 한다고 생각해.'그는 그답지 않게 대단히 흥분되어 있었으나 곧 진정되어 미소를 짓더니 더 이상 추궁하는 어조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내가 누구에게도 말못한 채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떤 소년 시절의 깊은 의혹을 그래로 간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