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를 졸업한 후 치의학 전문 잡지 기자 및 일간지 스포츠 취재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1995년 대화출판사에서 주최한 스토리 공모전에서 『혼자가 아닌 둘이서』라는 소설로 행복상을 수상하고 작가로 데뷔하였습니다. 지금은 유아교육학을 공부하며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고 즐거운 책을 쓰고,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친구인 「말괄량이 삐삐」를 만드신 린드그렌 선생님처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할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 저의 소원이랍니다.
쓴 책으로는 『불멸의 영웅 이순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코란 속에 담긴 무소유의 행복』,『짱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서울시 추천 도서) 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는 대교출판사 문학 전집 시리즈인 『레미제라블』, 『안네의 일기』, 『플루타크 영웅전』, 『데미안』 등이 있습니다.
그림 : 곽윤환
오랜 시간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려 왔지만 특히『사랑 듬뿍 초코초코 베이커리』는 마음 따뜻한 동화라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합니다. 만화 작품으로는 『씩씩한 강이 1.2』, 『벤허 1.2』, 『sos 수호천사』 등이 있고, 동화ㆍ일러스트 작품으로는 『과학 톡톡 카페1.2』, 『101가지 과학 질문 사전』, 『14살 인생 멘토』, 『시장 체험』 등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똥자루를 뒤에 싣고 달리는 건 처음이네. 그렇지?” “할아버지는 끝까지 똥자루래…….” “꽉 잡아라.” 초원이는 할아버지를 꼭 끌어안았다. 쿵쿵,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장가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소리였다. “초원아, 너한테는 엄마 아빠가 아주 큰 어른처럼 보이겠지만, 이 할아버지가 보기에는 둘 다 너만큼 어린애야. 애들은 종종 싸우고, 또 화해하면서 크는 거란다. 그러니까 네 엄마 아빠가 싸웠다고 너무 주눅들 필요 없어.” “할아버지…….” 초원이는 더 세게 할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이 순간만큼은 할아버지가 두 자리 숫자의 나이를 되찾은 것 같았다. --- pp.33~34
초원이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걷다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흘러나왔다. 초원이는 냄새를 좇아 고개를 돌렸다.‘흑곰 베이커리’라는 작은 빵집이 보였다. 대낮인데도 환하게 불을 켜 놓은 빵집 안은 보석 상자 속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 때문일까. 진열장 위에 놓인 빵들이 하나같이 보드랍고 포근해 보였다. 초원이는 진열장 유리에 얼굴을 꾹 눌러 붙인 채 빵을 들여다보았다. 배에서는 저도 모르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얘, 너 여기서 혼자 뭐 하니?” 그때 누군가가 초원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 굵고 낮은 아저씨 목소리였다. 초원이는 유리에서 얼굴을 떼고 뒤를 돌아보았다. 흑곰처럼 생긴 커다란 아저씨가 초원이 앞에 서 있었다. --- pp.51~52
“이건 그냥 풀이 아니야.” “그럼요?” “악마의 풀이란다, 악마의 풀. 옥수수가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나쁜 놈이지. 이 풀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해.” “없애다니요? 뽑아 버리면 되잖아요.” “모르는 소리. 이 풀은 간사하고 영악해서, 뽑으면 뽑을수록 더 많이 난단다. 아예 뿌리째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해.” 할아버지는 손톱 끝으로 풀잎을 꾹꾹 찍었다. 풀을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이 풀만 없어져도 옥수수를 더 많이 기를 수 있을 텐데.” 할아버지는 정말 풀이 얄미운지 볼펜으로 풀잎을 꾹꾹 찍으며 중얼거렸다. “그 풀, 우리 엄마 다리털이랑 비슷하네요.” 초원이는 무심코 말했다. --- pp.71~72
“아저씨 말이 맞아요. 정말 맛있어요. 바게트는 질기고 맛없는 빵인 줄로만 알았어요. 엄마가 아침마다 준 바게트는 진짜 맛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빵은…….” “바게트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럽지. 그 속에 마늘 버터를 발라 먹기도 하고, 휘핑크림을 발라 먹기도 하고, 이렇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기도 한단다. 바게트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빵이야. 바게트처럼 딱딱한 너희 집도 마찬가지 아닐까? 엄마, 아빠, 할아버지, 그리고 네 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지?” 초원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바게트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 pp.88~89
“네 형 이름이 종규야?” 초원이는 철물점 이름이‘종규동규’였던 것이 생각나 물었다. 그런데 동규는 어이없게도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그새 너한테 자랑했냐? 엄마 말 믿지 마. 형이 공부를 좀 잘하긴 하지만, 그게 다야. 형은 나보다 달리기도 못 하고, 게임도 못 해. 게임 머니도 내가 더 많아. 형이 할 줄 아는 건 엄마한테 알랑방귀 뀌는 거랑 잘난 체하는 것뿐이야.” “어쩐지 너랑 나랑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초원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출을 결심한 이유가 엉뚱했지만 초원이는 그런 동규가 싫지 않았다. --- pp.112~113
“밀가루 반죽은 바로 빵을 만들 수가 없어. 오랫동안 숙성시켜야만 맛있고 부드러운 빵을 만들 수 있지. 숙성 기간이 없으면 밀가루 반죽은 절대 부드러워지지 않아.” “숙성 기간…….” 초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흑곰 아저씨의 말을 따라 했다. “빵 하나를 만드는 데도 반죽하는 시간, 숙성시키는 시간, 굽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따뜻하고 달콤한 가정을 이루는 데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초원아, 엄마 아빠한테 시간을 좀 주렴.” “시간…….” 흑곰 아저씨의 말이 초원이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