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저는 1998년 1월 28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날이 음력으로는 1월 1일이어서 지금도 설날이면 할아버지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놓으십니다. 한국에 와서 유치원 다닐 때의 일입니다. 항상 바빴던 부모님은 저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보고 부모님은 유치원 선생님들이 가르쳐 준 줄 알았다고 해요. 그래서 엄마는 유치원에 상담을 하러 갔을 때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 유치원에서는 저에게 특별히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유치원 선생님이, 유치원 선생님은 부모님이 저에게 한글을 가르쳤다고 오해를 한 거예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혼자 한글을 깨우쳤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하네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엄마가 펴낸 책을 보면서 ‘나도 글을 써 봐야겠다.’ 는 생각을 했고, 6학년 때 재미 삼아 글을 써서 친구들한테 보여 주었습니다. 제 글을 읽은 친구들은 흥미진진하다며 빨리 다음 이야기를 써 달라고 조르곤 했지요. 이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엄마가 제 글을 읽게 되었고, 엄마의 도움으로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얼굴 모르는 다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그림 : 조선혜
숭의 여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환상적이고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이상한 항아리』, 『Play Time-Tooth Fairy』, 『Play Time-병원 놀이』, 『Play English』 등이 있고, 함께 그린 책으로는 『개구리 한솥밥』, 『낮이 좋아, 밤이 좋아』 등이 있습니다.
원서는 시진이한테 자기와 상우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 뭐야? 너랑 상우도?” “응. 하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그때 상우가 달려와 말했다. “원서야! 권태도 꿨대! 사라지는 꿈!” --- p.19
“저리 가란 말이야!” 원서가 크게 소리쳤다. “크르릉.” 개의 울음소리가 조금 전보다 약해졌다. 위협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원서는 계속 랜턴을 휘둘렀다. 가까이 오려던 개가 원서가 휘두르는 랜턴에 맞았다. 그러자 화가 났는지 울음소리가 커졌다. 원서는 정신없이 랜턴을 휘둘렀다. 그 기세에 눌린 개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산속으로 도망쳤다. --- pp.26~28
“알아냈어! 연필이야!” “뭐야? 연필? 그게 답이란 말이야?” 권태는 믿기지 않는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상우는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서 말이 맞아. 원서야, 너 굉장한데?” 상우가 눈을 뜨고 말했다. 권태와 시진이는 여전히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원서가 설명을 해 주었다. --- p.40
“권태야! 권태야! 너 어떻게…… 몸이 사라지고 있어!” 시진이는 쓰러진 권태를 끌어안고 울먹였다. “칼에 맞아서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아프진 않으니까 됐잖아? 너희들만 살릴 수 있으면 난 괜찮아. 조심해, 동상들. 무서운 놈들이야. 알았지? 그리고 원서 넌 나처럼 게으르지만 필요할 땐 도움이 되니 꼭 살아남아야 해. 알겠지? 상우 너도. 넌 머리가 좋잖아? 누나 같은 시진이도 마찬가지야.” --- p.46
두 아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러 명의 병사가 긴 창에 찔려 벽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병사들의 몸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원서야…… 그냥 돌아가자.” 시진이가 귓속말하듯 말했다. 원서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눈을 떴다. 병사들의 모습은 끔찍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권태와 상우의 목숨은 원서와 시진이에게 달려 있었다. --- pp.52~54
“그래요. 옆에 있는 친구가 힘들어하고 자신도 지쳐 있을 때는 서로를 믿고 힘이 되어 주세요. 먼저 친구를 도와주세요. 그러면 그 친구도 나에게 도움을 줄 거예요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란,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는 필살기 같은 거라고 보면 되요. 우정의 힘은 그만큼 세답니다. 잘 알겠죠?” “네!” --- p.60
원서는 몸을 숙이고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더 깊게 몸을 숙였다. 그 모습이 옛날의 원서처럼 외로워 보였다. “저 좀 살려 주세요! 제 몸에 누가 들어와 있어요!” “누가 들어와 있다고? 네 몸에?” “네. 악마! 이상한 악마가!!!” 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p.67
“그런데 너, 시진이가 살아 있고, 악마한테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 원서야. 여기는 이상한 공간이야. 저길 봐. 시진이가 보이지? 그러니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을 거야!” 원서는 권태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정말 시진이가 보였다! --- p.79
상우는 이상한 곳에 떨어졌다.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높은 방이었다. 눈을 뜬 상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일어섰다. 상우 앞에는 상우의 다섯 배는 되어 보이는 거인이 서 있었다. 상우는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나는 내 유일한 친구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거인의 굵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메아리쳤다. --- p.90
“넌, 빛나 초등학교 6학년 3반 지수. 맞지?” 원서는 거침없이 말했다. 6학년 3반은 원서 옆 반이었는데 원서와 지수, 시진이는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믿을 수 없어. 어디서 그런 이상한 말을 들은 거야?” 상우가 물었다. 순간 여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p.97
재석이가 들고 있는 피리를 원서에게 던졌다. “그걸로 피리 소리를 내봐. 도, 레, 미까지는 쉽더라고. 하지만 ‘파’부턴 소리를 못 내겠어. 만약 네가 ‘파’ 소리를 내면 원서라는 걸 인정해 주지. 실패하면 ‘삑’ 소리가 날 텐데, 어떤 벌을 받을지는 그때 알 수 있을 거야.” “좋아.” --- p.109
원서는 벌떡 일어나서 아이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모두 힘을 합쳐 저놈을 쓰러뜨리는 거야! 그리고 신나게, 즐겁게 사는 거야!” 그 말을 신호 삼아 거인과 아이, 그리고 동상들이 일제히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소년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막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 “너희들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 “몰라서 물어? 이게 바로 우정의 힘이라는 거다, 이 바보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