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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 문예중앙시선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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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 문예중앙시선 46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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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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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9.0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3만자, 약 1.1만 단어, A4 약 21쪽?
ISBN13 9788927808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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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물 한 방울 없이 새로운 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탕, 탕 망치로 나비를 만든다 청동을 때려 그 안에 나비를 불러내는 것이다

청동은 꿈틀거리며 더 깊이 청동 속으로 파고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망치는 다만 두드려 깨울 뿐이다 수없는 뼈들이 몸속에서 수없이 엎치락뒤치락한 뒤에야 하나의 생은 완전히 소멸하는 것

청동을 붙들고 있던 청동의 손아귀를 두드려 편다 청동이 되기까지 걸어온 모든 발자국과 청동이 딛고 있는 땅을 무너뜨린다

그러자면 먼저 그 몸속을 훤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단단한 저편에 묻힌 심장이 따뜻해질 때까지, 금속의 몸을 벗고 더없이 가벼워져 꽃에 앉을 수 있을 때까지 청동의 뼈 마디마디를 곱게 으깨고 들어가야 한다

탕, 탕
짐승처럼 출렁이던 무거운 소리까지 모두 불러내면 사지를 비틀던 차가운 육체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청동이 떠받치고 있던 청동의 얼굴도 잠잠하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두드리면 청동은 펼쳐지고 그 깊숙한 데서 바람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금속 안에 퍼지던 맥박이 마침내 심장을 깨우는 것이다

비로소 아 비로소 한 줌의 청동도 남아 있지 않은 곳에서 한 올 한 올 핏줄이 새로 몸을 짜는 것이다 그 푸른 청동의 무덤 위에 나비 하나 유연하게 내려앉는 것이다
---「망치와 나비」중에서

그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후, 한 팔을 잃은 연주자는
남은 팔을 자주 꿈속에 집어넣었다
악몽에 자꾸 손이 갔다
도로에 떨어진 팔을 찾아
꿈의 꿈속까지 들어가 뒤졌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싶을 때
기댈 곳이 꿈밖에 없었다
가끔 새소리를 좇다 기묘한 길로 들어섰다
꿈의 밑바닥에서 자란 넝쿨을 타면
나뭇잎에 붙어 있던 새소리가
까마득한 아래 소리의 묘지로 떨어졌다
한 손으로 팔의 무덤을 헤치자면
여지없이 땔감보다 못한 썩은 팔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 끌어안고 있으면
죽은 팔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하룻밤 하룻밤 또 하룻밤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모아
만질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이제 숨을 불어 넣자 가늘게 소리가 눈을 떴다
연주자는 없는 팔로 악기를 들었다
불행 없이는 울리지 않는 악기가 있다
---「심금(心琴)」중에서

눈밭에 찍힌 손바닥이 늑대 발자국이다
나는 발 빠르게 손을 감춘다

손가락이 없으면 주먹도 없다 주먹이 없으니 팔을 뻗을 이유가 없다 한 팔로 싸우고 한 팔로 울었다 한 팔로 사랑을 붙들었다

내가 바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두 주먹 꼭 쥐고 이별해보는 것, 해바라기 꽃마다 뺨을 재어보는 것, 손가락 걸고 연포 바다를 걷는 것, 꽃물 든 손톱을 아껴서 깎는 것, 철봉에 매달려 흔들리는 것, 배트맨을 외치며 정의로운 소년으로 자라는 것

내 손가락은 너무 맑아서 보이지 않는다, 내 손가락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여기서 시는 끝이다, 앞발을 쿡쿡 찍으며 늑대의 발로 썼다
아래는 일기의 한 대목이다

옷소매로 앞발을 감춘 백일 사진을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태웠다 뒤뜰로 가 간장 단지를 열고 손을 넣어보았다 손가락이 떠다니고 있었다, 고추였다, 뼈 없는
어미 자궁에 네 발의 총알로 박혀 있을 손가락들, 어미의 검은 우주를 떠돌고 있을 나의 소행성들, 언젠가는 무화과나무 위를 지나갈 것이다
손가락들이 유성처럼,
---「늑대의 발을 가졌다」중에서

피는 그의 유일한 산책로다
피는 이 어둠을 건너가는 가장 아름다운 지름길, 그는 다만 맛있는 피를 믿을 뿐이다

그는 신을 믿지 않지만 가끔 예배당에 들러 신의 근황을 듣는다 이곳으로의 산책은 늘씬한 목자가 인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빛이 지나치게 많은 곳이었으나 다행히 웅크리고 있으면 말씀은 잘 지나갔다

정말 신이 있다면 참 성가신 이웃이 되었을 것이다

한때 그는 부처를 따랐으나 지금은 자비심을 버렸다
자비는 새겨듣기에 좋았으나 불편한 것이었다
피도 살도 없는 이야기에 피 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이번 생은 지독히 운이 없다, 목자는 애인이 있다, 애인은 바나나처럼 매끈하고 차다

그는 쥐로 있다 혹은 새로 있다, 이것이면서 저것인 채 망설이다 종결된 생명의 사각지대
그는 궁금한 곳마다 혀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깨달은 바, 가장 비참한 것은 희망보다 오래 사는 것
추억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불행해진다
희망은 가장 나중에 죽는다고 떠들던 자는 죽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그는 다만 맛있는 피를 믿을 뿐이다
새를 먹고 몸이 가벼워진 뒤로 이 생에 더 바랄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살고 있다는 것은
---「박쥐와 사각지대」중에서


신이 내게 발행한 화폐는 슬픔뿐이다
수많은 가게를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누군들 상처를 받고 싶겠는가
당신은 몇 번 위조한 흰 꽃을 내 머리에 뿌렸다
불분명한 흐린 목소리로 나는 시를 읊는다
당신이 내 목에 흰 벽을 바르고 젖은 지붕을 얹었는가
목구멍에서 시가 아니라 백골이 된 구름이 올라온다
나는 어쩌다 슬픔을 독차지하는 일자리를 얻었나
내가 그곳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림자들을 더 고용해 슬픔에 구애했다
시는 쓰디쓴 생에 내는 술값이겠거니, 내가 쓰리라 했다
내가 당신의 맨 앞자리에 앉아 슬픔을 필기할 때
당신은 구름과 목련의 폐가가 있는 산마루를 가리켰다
발목에서 뒷덜미까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저 멸문을 써라
제 전부를 망치는 곳으로 가는 구름의 이름으로
군더더기 없는 멸망을 지나 푸르러지는 목련의 이름으로
나는 푼돈처럼 주머니 속에 넣어둔 시를 꺼내 읽는다
누가 이 슬픔의 관객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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