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 소설론, 한국 현대 작가론 등을 강의한다. 1993년 비평 전문지 『비평의 시대』 2집에 <새로운 연대, 노동 소설 읽기>를 발표하며 문학 평론가로 등단했다. 『전망의 발견』, 『임철우의 봄날을 읽는다』, 『당대의 한국문학 한국문학의 당대』 등을 출간했다.
대학을 다닐 때, 방학하여 귀성할 때마다 나는 “집에 간다”고 했다.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닌데 고향이란 말을 써 본 적이 없다. 내 속에 아예 “내 고향”이란 말은 없었던 것도 같다. 그러고는 농촌이나 어느 두메에다 집을 둔 친구들이 “고향에 간다”는 말을 하는 것을 유심히 귀담아듣곤 하였다. 기차 타고 천 리. 먼 길을 달려가 P시(市)의 커다란 역사(驛舍)를 나서 보았자 서울과 달라진 게 없다. 커다란 시멘트의 ‘하꼬방’인 빌딩. 질주하는 굴뚝인 버스의 행렬(行列). 멍추처럼 쾽하니 뚫린 거리. 거기 서서 “아, 고향이여!”라고 했다 치자. 내가 정신분렬증(精神分裂症)에 걸려서 돌아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수많은 남들이 내 앞을 스쳐 갈 것이다. 그것이 나의 귀성도(歸省圖)다. 내가 “집에 간다”고 하지, “고향 간다”고는 하지 않은 곡절이 여기에 있을 듯하다. 나는 언제나 고향 없는 집에 돌아간 것이다.